[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주 6일 열린 미국 대선과 함께 각 지역의 지방선거도 일제히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사망한 후보가 멀쩡히 살아있는 후보를 큰 표차로 이기고 당선되는 사례가 두 번이나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올란도 오렌지카운티 세무담당관으로 당선된 민주당 소속 얼 K. 우드(96) 씨는 이번 선거에서 열 두 번째 연임에 도전했다. 이미 15만달러(약 1억6300만원) 연봉에 9만달러의 연금까지 받았지 않느냐는 일부 비난에 당초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오랜 ‘정적’이 공화당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러나 지난 10월15일 노환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미 후보 등록을 한 마당에 선거를 채 한달도 남겨두지 않고 사망한 터라 투표에는 그의 이름이 그대로 올랐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그의 사망 사실을 적극 알렸지만 그가 50년 넘게 이 일을 해 온 터라 지역 주민들의 기억에 너무 강하게 각인된 것이 문제였다. 사망한 우드는 경쟁자인 공화당 후보를 56% 대 44%의 큰 표차로 이기고 당선됐다.
앨라배마주 비브카운티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의 군수 격인 카운티 커미셔너를 지내다 민주당 월터 샌싱 후보에 패했던 공화당 소속의 찰스 비즐리(77) 씨는 이번 선거에서 다시 ‘권토중래’를 노리며 출마했지만, 지난달 12일 동맥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투표에 그대로 이름이 남아 52%의 득표율로 당선되고 말았다.
사망한 후보에 진 비운의 주인공 샌싱 현 카운티 커미셔너는 “이미 죽은 사람과 선거 경쟁을 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으냐”면서 “제대로 된 유세도 해 보지 못했다”고 패배 원인을 토로했다. 그는 “뻔히 사망한 사람인줄 알면서 표를 던지는 법이 어디 있는가”며 공화당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각 주에서는 사망한 당선자들 대신 각 당 소속의 직무대행을 뽑을 예정이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