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단지가 대학로같네"
-어린이집, 체육시설 등 복지에 문화축제로 분위기 확 바꿔
-산단공, 시범단지 넓혀 내년 본사업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반월공단 입주기업에 근무하는 A씨(41)는 지난주 공단 35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색 공연을 즐겼다. 평소 좋아하던 유명 트로트 가수의 공연도 볼만했지만, 입주 기업 사장들이 직접 아카펠라 공연을 준비한 것이 신선했다. A씨는 오랫만에 가족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며 흐뭇해했다.
#워킹맘 B씨(35세)는 요즘 일이 즐겁다. 서울 구로디지털밸리 입주기업에 근무하던 B씨는 지난 해까지만 해도 친정 어머니 손에 맡긴 아이 걱정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아이를 산단 내 햇님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육아 걱정을 확 덜었다. 어린이집이 회사와 가까워 수시로 보러 갈 수도 있고 매일 어머니와 얼굴을 맞대는 아이도 변한 환경이 마음에 드는 듯하다.
'회색' 산업단지가 '문화'로 물들고 있다. 산업단지는 우리 경제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후 시설, 열악한 환경'이란 이미지 때문에 제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복지ㆍ휴식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공연ㆍ공모전 등 문화와의 결합을 추진하며 생기가 돌고 있다.
70~80년대 우리 산업단지는 생산 기능 위주로 구성돼 산단 내 근로자들을 위한 지원기능은 기본적인 수준에 그쳤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산업단지가 노후화되고 열악한 노동자들의 생활의 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업단지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일명 '구조고도화' 사업.
이에 따라 각 산업단지에서 보육시설ㆍ오피스텔ㆍ체육시설은 물론 근로자들을 위한 주차장이나 주유소가 확충됐다. 비즈니스센터 같은 업무지원시설이나 도로정비 등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됐다. 현재 노후 국가산단 12개 중 반월ㆍ시화, 남동, 구미, 익산 등 4개 시범단지를 대상으로 1차 사업이 진행 중이며 내년부터 본사업에 돌입한다.
지식경제부와 함께 작업을 추진중인 산업단지공단은 내년 하반기부터 '산단 복합공간화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의 낡은 산업단지를 전면 리모델링하고, 지난 달부터는 정책자문단을 발족하고 산단 내 공립 어린이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공연을 즐길 수 없는 산업단지 근로자들을 위해 크고 작은 문화축제도 열고 있다. 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3일 안산시 화랑유원지 특설무대에서 반월공단 조성 35주년을 맞아 근로자들과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문화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남진ㆍ김연자ㆍ강진ㆍ최유나 등 유명 연예인들이 공연을 가졌으며, 입주기업 CEO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 '4기충전'의 공연도 연예인 못지않은 호응을 받았다.
6일 열리는 '제2회 산업단지 아티스트 행복페스티발'은 제목 그대로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예술적 재능을 일깨움으로써 '행복한 산업단지'를 만들어가겠다는 새로운 시도다. 산업단지 내 문화센터 14개팀, 근로자 문화동아리 1개팀 등 15개팀 300여명이 참여해 합창ㆍ오케스트라ㆍ밴드ㆍ마술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경연대회를 벌인다.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산업단지와 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근로자들은 산업단지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키우게 된다"며 "재미 확충을 통해 일하고 싶고 행복한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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