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 실권율 70%대
소문 퍼지며 일반 공모주 청약에도 영향 미쳐
증시 불황을 보여주는 사례, IPO 시장 찬물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오는 9일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CJ헬로비전이 우리사주조합 청약에서 실권 발생 규모가 상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마감된 CJ헬로비전의 일반배정 물량(20%)의 청약 경쟁률은 0.26대1에 불과했다. 당초 목표로 한 일반청약 물량 377만8484주 가운데 4분의 1(25.4%) 수준인 95만8780주만 청약된 것으로, 일반청약 전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당시 경쟁률이 19.05대 1을 기록해 물량이 모두 소화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공모가도 당초 희망했던 1만4000~1만9000원의 중간 수준인 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예상치 못한 극히 저조한 결과에 회사는 물론 주관사인 JP모간, KDB대우증권, 하이투자증권 등도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들 증권사들은 실권된 281만9704주를 모두 떠앉게 됐는데, 업체별로는 JP모간이 40%, KDB대우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각각 29%, 인수단인 IBK투자증권이 2%의 물량을 책임지게 됐다. 상장 후 물량을 내다 팔아야 하지만 초기에 대량의 주식이 쏟아질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다. 더군다나 청약 결과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어 실권주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됐던 CJ헬로비전의 흥행 참패 배경에는 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최초 전체 공모주식의 20%가 배정된 CJ헬로비전의 우리사주조합 최종 청약비율은 5.93%로 14.07%의 실권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권율이 무려 70%가 넘는다.
이 소문은 알음알음 퍼졌고,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직원도 안사는 주식을 사서 뭐하냐”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청약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주관 증권사들은 회사 내부에 사정이 생긴데 따른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 사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실권되는 경우는 종종 있다. 직원들의 사정 때문인데, 공모가가 비싸게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통상 IPO 기업들은 15%를 우선 배정하는 데 반해 CJ헬로비전의 배정물량이 많았던 데다가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보호예수기간이 1년이나 되는 우리사주조합에 투자하기에는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조건 우리사주조합의 실권이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적인 해석을 하는 것은 위험스런 행동이라고 본다”며 “최근 상장사들의 유상증자 공모비율이 평균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불황의 여파가 IPO 시장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CJ헬로비전의 여파가 연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특수강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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