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연일 박근혜 압박 "내 정치쇄신안 선택할거요? 말거요"…김종인도 정책 비토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김종인과 안대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의 투톱 역할을 자처해왔던 이들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박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성과에 대한 부담감과 보이지 않는 당내 견제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의 남자'들이 이끄는 변화의 결과물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30일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나라를 바로세우는 데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보람도 느끼지만 많이 힘들다"며 "(임명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는데 2년이 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과 후보에게 강력한 정치쇄신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5일 건의했다"고 말한 직후 밝힌 소회다.
안 위원장은 정치쇄신안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중앙당 공천제 폐지, 비례대표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박 후보의 즉답이 나오지 않자 공개적으로 박 후보에게 수용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공약을 총괄하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박 후보측이 준비해온 정책에 비토를 놓고 있다. 박 후보측은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통해 공약을 준비해 완성 단계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키를 잡으면서 원점에서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미래연을 이끌어 온 김광두 힘찬경제추진단장이 "경기부양 공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김 위원장이 곧장 "부양책은 공약으로 제시할 수 없다"고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박 후보의 진정성을 믿고 정치 전면에 나선 이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해 친박계의 강석훈·안종범 의원 등을 2선으로 후퇴시킨 것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 반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천권이나 비례대표 문제 또한 의원직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 내부 설득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수장의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대선캠프의 실질적 투톱이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공식적 절차를 외면하고 박 후보만을 바라본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가 주저할 때마다 "사퇴하겠다"고 배수진부터 친 것이 오히려 박 후보에게 독이 된다는 의미다.
물론 박 후보는 지금까지 보였던 모습처럼 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친박계 내부의 누적된 불만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옐로우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후보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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