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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한데 엉겨 꼬물대던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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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함께살기②] 진열장 속 강아지…외면받는 충무로 애견타운


강아지 한데 엉겨 꼬물대던 그곳에… '애완동물의 메카'로 불리던 충무로 애견거리. 한때 50여개에 이르던 애견숍들은 현재 16개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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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평일 오후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는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90년대만 해도 50여개 점포가 성업하던 이곳엔 이젠 16개 점포만이 남았다. 60년대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이 거리는 한 때 '애완동물의 메카'로 불릴 만큼 유명했다. 인근에 건립된 주상복합빌딩을 비롯한 재개발 여파로 상권이 대폭 축소된 이유도 있지만 '애견거리'라는 명성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충무로 애견거리는 수년 전 병든 개를 판다는 소문이 퍼지며 상권 전체가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일부 악덕 업자들의 수법은 대부분 비슷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피해구제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애완견을 판매한 뒤 개가 병을 앓으면 치료를 해주겠다며 가게로 데려오라고 한다. 이후 개가 치료 중 폐사했다고 하며 구입가의 절반을 부담하면 새 강아지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유사업종이 밀집돼 있어 개들이 공기나 직접 접촉으로 인한 전염에 취약하다는 점도 애견거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장염의 원인이 되는 '파보바이러스' 등 공기를 통해 감염되는 여러 질병은 이 가게 저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으로 인해 삽시간에 여러 점포의 개들에게 퍼졌다. 지금은 한 마리씩 분리해 진열하지만 수년 전만 해도 강아지들은 널찍한 진열장 안에 한데 엉켜 있곤 했다.


사람들 사이에 퍼지던 애견거리에 대한 나쁜 소문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네티즌과 언론에 의해 일순간 확대되면서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안티 충무로'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겼고 "강아지를 물건처럼 취급한다",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서를 강요한다", "병든 개를 나몰라라 한다" 등 손가락질이 빗발쳤다. 애견거리엔 폐업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점포가 속출했다.


하지만 비양심적인 업자만큼이나 미성숙한 의식을 가진 손님들도 문제였다. 무조건 어리고 예쁜 강아지를 고집하는 손님과 몰지각한 상인들이 만나 문제를 더 키웠다. 예방접종도 제대로 안한 2개월 미만의 강아지는 "어미개로부터 받은 타고난 면역력이 있다"는 식의 감언이설로 포장된 채 코흘리개 품에 안겼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아직도 '애견공장'에서 애완견이 양산되고 있고, 인기 견종도 시대별로 유행을 탄다"고 말한다. TV 프로그램에 나온 개 '상근이'로 인해 동종 대형견인 '그레이트피레니즈'가 한동안 많이 팔렸던 게 대표적인 예다. 한시적인 유행에 따라 한 생명이 양산되고 소비됐다. 결국 유기견 등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애견쇼핑' 문화의 아이콘이었던 충무로 애견거리는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게 됐다.


애견거리의 적은 또 있었다. 대형마트의 애완견 판매코너와 택배까지 가능한 인터넷몰, 강남·분당 등에 들어선 고급애견숍 등 유통채널이 다양해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한번 떨어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년간 이곳에서 점포를 운영해온 A애견숍 점주는 "요즘도 손님과 싸우는 게 일"이라고 말한다. 이 가게는 최근까지도 애완견을 구매한 고객의 불만전화나 항의방문을 거의 매일 받고 있다. 애완견 구매시 작성하는 계약서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줄었으나 이후에도 개의 건강문제, 치료비 등 사소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강아지 한데 엉겨 꼬물대던 그곳에…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사례별 그래프. 최근 애완견의 건강, 애프터서비스를 문제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곳 애견숍 점주들은 "일부 비양심적인 업자들의 소행이었는데 아직까지 오명이 가시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손님에게 '절대 소독하지 않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 해도 어느 샌가 보면 진열장 속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다", "무조건 환불해달라거나 인터넷에 올린다며 병원 치료비 일체를 달라고 협박하는 고객도 있다" 등 볼멘소리도 들린다.


B애견숍 점주는 "진짜 개를 키우고 싶다면 구매 후 수년 뒤 애완견이 병에 걸리더라도 끝까지 떠맡으며 사랑해줘야 한다. 그렇게까지 책임질 생각이 없으면 아예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지 한데 엉겨 꼬물대던 그곳에…


☞ 관련기사 <[반려동물 함께살기①] "가족 모두 외면해도 괜찮아, 네가 있으니…">




박충훈 기자 parkjov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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