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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기하네 집 세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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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기하네 집 세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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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과 스누피와 우뢰매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답은 라이온 킹. 지난 16일 밤 10시, SBS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이하 <장대라>) 화요일 코너 ‘주첵이夜’에서 DJ 장기하와 게스트 페퍼톤스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추억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재평의 건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장원의 디즈니 만화에 대한 추억, 장기하의 우뢰매와 데일리에 대한 열띤 마음을 토로했지만, 그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순간은 바로 라이온 킹, 심바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다. 신재평은 “사자가 아니라 킹”(이장원)이자 “평탄하게 왕이 된 게 아니라 고생 끝에 낙이 온”(장기하) 심바를 일개 사자로 낮춰본 덕에 “미안해요, 정말 잘못했네”라고 사죄를 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주첵이夜’는 공식적으로 매주 특정 주제를 놓고 청취자의 다양한 사연을 받아 들려주는 코너지만, 실질적으로는 ‘추억팔이’ 전문 게스트에 등극한 페퍼톤스와 동년배인 장기하가 주제에 얽힌 자신들의 경험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부터 “북받치는 감정을 이기지 못 하고” 뿜어내는 온갖 성대모사, 그리고 미묘한 기 싸움을 벌이는 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수많은 만화 캐릭터부터 시대를 풍미한 프로 레슬러까지 각자의 취향을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는 세 남자. 그리고 스튜디오 창 너머엔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청취자를 방치한 세 남자에게 “슬슬 청취자 사연도 좀...^^;;”이라는 메모로 진행을 독려하면서도 “아~오, 귀여워”라며 엄마 미소를 금치 못 하는 PD와 작가들이 있다.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기하네 집 세 귀요미


라디오라고 해서 오로지 청각에만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는 라디오’가 카메라로 방송의 숨은 재미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장대라>의 진짜 재미는 창을 사이에 두고 스튜디오 안팎에서 주고받는 만담 같은 호흡에 있다. 신재평이 꺼낸 ‘600만불의 사나이’ 이야기에 김성원 작가는 “쟤네도 알아?”라며 놀라고, 세 남자의 옥신각신 다툼에 스태프들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라며 박수까지 치며 환호한다. 모니터에 뜬 <은하철도 999>의 메텔 사진을 보고 장기하가 “와, 이렇게 관능적인 캐릭터였나요?”라고 반응을 보이자 작가들은 “뭘 올려줘도 안 보다가 지금 기하가 확 봤어”라고 응수한다. 이장원 역시 <천사들의 합창>의 흑인 소년 시릴로부터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선생까지 성대모사를 성우 뺨치게 해내자 “이장원 짱인 것 같아. 디테일이 너무 좋아”라며 찬사를 보낸다. 흔히 라디오는 가족에 비유된다. 같은 시간 같은 주파수 아래 귀를 기울인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와 감정의 농밀함 때문이다. 겨우 6개월 남짓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장대라> 가족들이 벌써 서먹함을 벗고 가까워질 수 있었던 힘은 이 스튜디오, 이 스태프들에게서 시작되었음이 분명하다.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기하네 집 세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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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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