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일명 ‘우유주사’로 알려진 수면 유도제 프로포폴을 만번 이상 투약(1회 5m기준)할 분량을 사들인 뒤 이를 불법적으로 투약·판매한 병원 관계자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추적하며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의 허점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29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박성진 부장검사)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성형외과 상담실장 이모(35)씨, 전직 간호조무사 황모(33)씨, 제약사 영업사원 한모(29)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에서 상담실장으로 일하며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제약사 영업사원들을 통해 프로포폴 앰플 2665개(5만3300ml 분량)를 개당 1만원꼴인 현금 2100여만원에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제약사 영업사원 한씨는 이씨에게 프로포폴 1400개를 넘겨주며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을 사용하면 증거가 남지 않고 (병의원에 약품이 공급된)매출구조가 잡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을 그만둔 뒤 일명 ‘주사아줌마’로 활동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알고 지내던 환자나 소개를 받고 찾아오는 이들을 상대로 병원이나 강남 소재 오피스텔 등지에서 200여 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팔거나 투약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프로포폴로 벌어들인 돈은 억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프로포폴 주사시 회당 5ml정도가 투약되지만 중독이 심한 경우 한 번에 수십회 분량이 투약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황씨로부터 주사를 맞은 정모씨의 경우 20회 분량인 앰플 5개(100ml)를 하루에 맞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체포 직전까지 자신의 주거지에 프로포폴 앰플 50개(1000ml분량)를 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씨 등으로부터 프로포폴을 사들인 이씨도 본인의 주거지와 차량, 병원 사무실 등에 앰플 500여개(9950ml) 분량의 프로포폴을 숨겨온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 역시 주사하다 남은 것 등 프로포폴 앰플 99개(1980ml)를 가방에 넣어 집에 보관해왔다.
검찰은 지금까지 프로포폴 불법 유통 관련 7명을 구속하고 단서가 확보되는 대로 투약자 및 공급자 체포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또 제약사 직원이 빼돌린 프로포폴이 반품용으로 관리 중이던 점 등을 감안해 제약사의 마약류 관리 책임과 더불어 직원의 개인 범행인지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수사 중인 또 다른 제약사 직원 이모씨도 조만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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