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높고 보험업황 안좋아"
사외이사들 반대 목소리 커져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격문제만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ING생명을 인수할 것처럼 보였던 KB금융 내부의 분위기도 다소 바뀌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사외이사 중 일부는 ING생명의 한국법인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며 반대해 왔다. 당초 이사회가 허용한 인수가격은 2조5000억~2조8000억원 수준.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최저 협상가격인 2조5000억원에서 1000억원을 내린 2조4000억원까지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보험업권 상황이 악화되면서 사외이사들의 반대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며 보험업황이 역마진을 내는 상황에서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ING생명 한국법인은 지난해 24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그러나 자산 400조원의 우리금융 지분 56.97%를 인수하는 데 드는 돈이 7조원 정도로 추산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거론되는 인수 가격은 거품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도 최근 KB금융의 ING생명 인수 과정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를 잘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인수가격 뿐 아니라 ING생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내년부터는 바젤Ⅲ가 적용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강화해야 하는 만큼 고배당을 통한 자금조달 등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는 것. KB금융은 현재 ING생명 인수가 예상대로 이뤄질 경우 국민은행 배당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회사채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들어서는 ING그룹이 KB금융의 주요주주라는 점 또한 뒤늦게 부상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KB금융의 주식 소유현황을 살펴보면, ING그룹(ING BANK)은 5.02%(1940만1044주)를 보유하고 있어 씨티뱅크(CITIBANK, 8.71%), 국민연금공단(7.22%)과 함께 5% 이상 주요주주에 속한다. ING그룹은 본 릭터 ING 뱅킹 아시아 최고경영자(CEO)를 KB금융에 비상임 이사로 파견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NG가 KB금융에 인수될 경우, 이해 상충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재 가격문제 뿐 아니라 자금조달, 주주문제, 보험업권 등 여러 이슈들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다소 부정적인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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