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의 '제각각 의사 표명'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애매한 기조 탓에 관계자들의 각론이 다를 때가 많다는 지적이다.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지난 21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11월 말 대선후보 등록을 할 때까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가 힘을 합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19일 안 후보가 "단일화에서 이겨 끝까지 가겠다"고 말한 것에서 한발 더 나가 단일화의 구체적인 시점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단일화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튿날 안 후보 측 다른 관계자들은 앞다퉈 송 본부장의 발언을 수습했다.
금태섭 상황실장은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캠프 관계자들) 모두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송 본부장의 발언은 캠프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안 후보의 말은 국민 판단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것"이라며 "아직 야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도 서울 공평동 캠프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단일화만 하면 무조건 이긴다는 '단일화 필승론'은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한다"면서 "국민 뜻을 따른다는 캠프의 기존 기조는 달라진 게 없다"며 '단일화' 보다는 '국민'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알렸다.
이어 박 본부장은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이 15일 "단일화가 아니라, 더 정확한 표현은 연대이거나 연합"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단일화나 연대·연합이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작 안 후보는 '단일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유민영 대변인이 '교통 정리'에 나섰다. 유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언론 보도를 보니 (안철수 캠프 내에서) 단일화 논의가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하더라"면서 "보도에 따라 이슈가 되니까 그에 대해 자연스레 반응하는 정도"라며 단일화와 관련한 설왕설래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아무리 무소속 후보 캠프지만 당론 비슷한 것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현재 안철수 캠프에서는 모든 이슈들이 '국민의 뜻'으로 블랙홀처럼 빨려들고 있는 것 같다"며 "단일화라는 핵심 사안에 대해서조차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데 앞으로 수많은 포럼, 자문단까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입'으로 빚어지는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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