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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10년뒤 실행한 40살의 꿈…"돈버는 일은 50살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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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에 사표 던지고 나온 전직 금융계 임원 백만기(61)씨


-전시관 운영, 컨트리 음악 밴드, 라디오 방송 DJ, 점자책 녹음 봉사활동까지
-40세부터 차근히 은퇴 준비…"은퇴는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는 좋은 기회"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은퇴5.0]10년뒤 실행한 40살의 꿈…"돈버는 일은 50살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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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Hospice) 봉사활동을 하면서 임종을 앞둔 분들이 아쉬워 하는 게 출세나 돈이 아니라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의 조각들이란 점을 알게 됐습니다. 딸과의 여행계획을 실행하지 못했거나, 부인과 화해하고 싶었는데 망설이고 못한 것 등 아주 사소한 것들말이죠."


금융계 임원으로 53세의 나이에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온 백만기(61·사진)씨. 그의 결단은 일반의 시각에서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돌발행동'이었다. 아직 출가하지 않은 막내딸을 둔 딸 셋의 가장이 고액연봉을 뿌리치고 현직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상식에 어긋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씨의 자진 은퇴는 ‘돌발’이 아닌 오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었다. 백씨는 “20대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만하다 보니 어느덧 40대더라구요. 돈을 벌기 위한 일은 50까지만 하고 그 때부터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자고 결심했죠”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의 직장 생활은 은퇴에 대한 준비의 시간들로 채워졌다. 그리 거창한 일은 아니었다. 주말마다 미술관에 들러 작품들을 감상하고 도서관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인문학과 철학, 예술사학 등과 관련된 책들을 독파하며 간접적으로 인생 선배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커피나 와인, 건축 등 그의 관심 영역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폭을 넓혀 나갔다. 관심사를 배우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개인 교습도 받았다. 관계 기관을 돌아다니며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백씨는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기본 설계를 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책속에서 수많은 선배들이 그에게 길을 제시했다. 백씨는 “펜실베니아 대학 교수였던 스코트 니어링의 행적이 특히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회고했다. 스코트 니어링은 인생 후반에 한 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던 헬렌이란 여성을 만나 전원생활을 하며 하루의 반은 일을, 나머지 반은 명상과 독서로 보냈던 인물이다. 100세가 되던 해 인생이 다했음을 알고 스스로 곡기를 끊어 죽음을 맞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백씨에게 삶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실행해 나가는 여정이다. 백씨는 “은퇴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은퇴 당시 대학 교수였던 지인이 ‘벌써 현직에서 물러나면 아쉽지 않겠는가?’라고 물었는데 그가 말한 현직은 ‘돈을 버는 일’을 뜻한 것 같다”며 “나는 지금 돈을 버는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백씨의 일상은 금융계 임원으로 일할 당시보다 더 바쁘다. 그는 새벽 4시 전에 눈을 뜨면 서재에서 일간신문이나 읽다 만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은 사회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그의 채널이다. 백씨는 딸들에게 ‘100만원을 버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경제신문 읽기를 권할 정도로 신문광이다. 이후 아침 운동과 식사가 끝나면 수서역 인근 오피스텔에 마련된 그의 연구실로 출근(?)을 한다. 이 곳은 다양한 봉사활동을 구상하고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는 그의 삶의 허브(Hub)다.


은퇴 직후엔 분당 집 근처에 대안문화공간을 마련했다. 전시와 공연, 커피가 어우러진 예술공간이었다. 애니매이션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신동헌 화백을 모셔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 평론을 들려주기도 하고, 동네 부녀회 미술 동호인 클럽의 첫 번째 전시회를 열어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이 곳에서 모의되고 또 실행됐다.


지난해까지 그는 대학 시절 무교동 카페에서 돈벌이를 위해 했던 DJ 경험을 살려 분당 FM 라디오 방송에서 책 읽어주는 DJ 활동을 하기도 했다. 스스로가 이틀에 평균 책 한권씩을 읽는 독서광이어서 책 선택 등 방송 전반을 그가 직접 짰다.


가끔씩 동호인들과 어울려 밴드 공연을 하는 것도 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편이다. 백씨는 고등학교 시절 드러머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몇몇 지인들로 구성된 블루그래스(Bluegrass) 음악 밴드 '블루 마운틴 보이즈'를 결성해 두달에 한번씩은 용인 고기리에 있는 카페에서 공연을 한다. 드러머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바이올린과 만돌린 등 수십가지 악기를 수준급으로 다룬다. 인터뷰 도중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부탁하자 만돌린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포즈를 취하는 각도도 전문가 수준이다. 사진도 그가 섭렵한 분야 중 하나란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 기자와 카메라 기종, 노출 정도 등을 놓고 막힘 없는 대화를 나눈 그였다.


그의 인생 후반은 다양한 봉사 활동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금도 정기적으로 하상 점자도서관에 들러 점자책을 음성으로 녹음하는 일을 한다. 백씨는 “맹인들의 고통을 느껴보기 위해 눈을 가리고 탄천을 걷는 체험을 했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고통과 불편함”이라고 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사랑방 문화클럽’ 활동도 그의 일상이다. 그는 “과거엔 자원봉사자들이 종이 붙이기 등의 단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미술관 기이드북 등 시니어들의 재는능 기부를 활용한 다양한 활동들잊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재능 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의 사회적 가치가 한해 300조원에 달할 정도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퇴후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데도 어떻게 이런 많은 일들이 가능할까? 백씨는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을 하는 데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고 간단해 말했다. 물론 가치평가를 통한 주식투자나 연금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수입이 뒷바침되고 있다는 점도 귀띔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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