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4선에 성공한 우고 차베스(58)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암 수술 여파로 왕성한 활동이 어려웠음에도 승리를 거뒀다면서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2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에 중계된 각료회의 자리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건강 문제로 할 수 있는 일의 10%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온전히 건강한 상태였다면 훨씬 더 큰 득표차로 승리를 거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는 1999년 대통령에 당선된 후 14년간 집권해 왔으며 이번 재선 승리로 6년이 더 늘어 20년 동안 장기집권을 구가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부정선거나 여론조작이 아닌 순전한 국민들의 지지 결과이기에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7일 치러진 선거에서 투표율은 81%에 이르렀으며 차베스는 범야권 후보 엔리케 카프릴레스의 45%보다 10% 더 많은 55%를 얻어 당선됐다.
차베스의 독자적인 인기 비결은 노동자와 빈민층을 위한 경제·사회정책이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손꼽히는 산유국으로, 차베스는 집권 후 글로벌 석유기업이 틀어쥐고 있던 자원이권을 환수했고 빈곤층 생활개선·국민복지·교육수준 향상에 국비를 쏟아부었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지지는 적대적인 국내 언론환경과 서구 자본들의 압력 속에서도 오랫동안 자신의 정책을 밀고나가는 힘이 됐다.
그러나 차베스의 암이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기에 그가 임기를 끝까지 채울 가능성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평가다. 남미 좌파동맹의 또다른 축이자 마찬가지로 암 수술을 받은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주주의는 한 사회의 권력이 교체되는 과정"이라면서 "차베스 대통령도 이제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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