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거액 당첨자 나온 판매점, 4번째 행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추첨방송 끝나고 밤 11시 좀 넘었나, 나눔로또 천안사무소에서 전화가 와서 알았죠. 우리 가게에서 1등 당첨자가 나왔다고. 당연히 기쁘고, 당첨자가 부럽기도 하고…"
이번 주 초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132억원을 거머 쥔 로또 당첨자가 연일 화제였다. 지난주 토요일(13일) 추첨에서 1등 당첨자가 단 한 명 나왔는데, 그 주인공이 천안의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여직원이라는 소문이 일더니 각종 루머까지 더해지며 사실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그 진실은 공식적으로는 밝혀질 수도 없고 적어도 당분간은 밝혀질 것 같지도 않다. 다만 당첨자는 이날 농협을 방문해 세금을 제외한 1등 당첨금 88억7700만원을 수령해 간 사실이 확인됐고, 이 로또 당첨자를 낸 곳이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 단지에 위치한 '청룡마트'라고 공지됐을 뿐이다.
이 판매점을 운영하는 소모(44·남) 씨도 1등 당첨자가 누군지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하루에 들고나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을 해요. 남녀노소 직장인부터 애 업은 아주머니까지 그 중에 누군가였겠죠. 굳이 찾아보려는 생각도 못했고, 여긴 그냥 아파트 단지에 있는 상가라서…"
로또 초창기부터 10년간 판매점을 운영해 온 소씨의 가게에서는 그동안 1등 당첨자만 네 번 나왔다. 올해 4월 490회차 추첨 때도 당첨자 7명 가운데 한명이 이곳에서 나왔지만 당시 1인당 당첨금은 18억6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등 당첨자가 단 한명 뿐이었고, 거액의 당첨금을 오롯이 혼자 가져갔다. 한 사람이 100억원대 로또 당첨금을 받은 건 작년 2월(427회차) 이후 오랜만이었다.
당첨자에 대한 관심과 소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소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마다 온통 이 이야기를 전했다. 덩달아 소씨의 판매점은 주 초반이었던 월요일과 화요일 평소보다 로또 판매가 1.5배 가량 반짝 늘었다.
예전 같으면 1등 당첨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도 제법될 법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다.
소씨가 생각할 때 로또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 일정한 편이다. 경기가 좋을 때나 불황일 때나, 돈이 많은 사람이거나 없는 사람이거나 상관 없이 결국은 평소 로또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소씨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물가는 엄청 올랐지만 1등 당첨금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로또 당첨금액은 총 판매금의 일정 비율로 정해진다) 구매하는 사람 수가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체어맨 타고 와서 복권 2000~3000원 어치 사가는 손님도 있는 걸 보면 로또라는 게 부자나 서민이나 가릴 것 없이 한주간의 희망을 주는 것 아니겠냐"며 "나는 그분들에게 일주일치 희망을 파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항간에는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온 판매점에도 축하금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2002~03년 로또 시행초기 판매 촉진을 위해 몇차례 '장려금'이 지급된 적은 있지만 이제는 '1등 당첨 판매점'이라는 네모난 플라스틱 현판과 현수막 정도가 제공될 뿐이다.
"그래도 이윤이 꽤 괜찮지 않느냐"고 묻자 소씨는 "로또 팔아서 그냥 평범하게 식구들 밥 먹고 건사하는 정도"라며 "그래서 나도 일주일에 몇천원씩 꼬박꼬박 로또를 산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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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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