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봉 양남문 대표 47억·KG이니시스 2대 주주 312억 챙겨
- 추격매수 나선 개미들은 주가급락에 허탈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정치테마주 대주주들의 즐거운 비명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상반기까지 정치테마주를 주도했던 인맥 관련주 대주주들이 차익챙기기에 나서더니 뒤를 이어 급등했던 경제민주화 테마주 대주주들도 차익실현 대열에 동참했다. 하지만 대주주의 차익실현 뒤 주가는 급락했다. 손실은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개미의 눈물을 씨앗으로 삼은 대주주 차익 챙기기가 고을 리 만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봉 최대주주인 양남문 대표가 11일자로 보유지분 70만주(6.64%)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에 따라 양 대표 등 최대주주측 지분율은 35.33%로 감소했다. 양 대표의 처분가격은 주당 6750원으로 매각 당시 종가 7750원보다 1000원 낮았다. 보통 변동일은 결제일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매매일은 결제일보다 2거래일 앞선다.
양 대표는 이번 매각으로 47억여원을 챙기게 됐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했지만 테마주에 엮이기 전 주가와 비교하면 '대박' 수준이다. 경봉 주가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2000원대 초반에 불과했다. 평상시 같으면 15억원 정도밖에 안됐을 매각대금이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양 대표는 경영권에 크게 지장없는 수준의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수십억원대의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경제민주화 테마를 보고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됐다. 9월 중순 한때 1만원을 넘던 경봉 주가가 양 대표의 지분매각 사실을 전후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분매각 공시가 난 18일에는 하한가인 5560원까지 밀렸고 19일 장초반에도 6% 가량 급락했다.
다른 경제민주화 테마주 KG이니시스도 마찬가지다. 7월 하순 7000원선 밑에서 10월15일 1만5500원까지 배 이상 오를때까지만 해도 일반투자자들은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지난 16일 2대주주인 도미누스 PEF가 20.97%나 되는 물량을 한꺼번에 매각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도미누스 PEF는 주당 1만3500원에 KG이니시스를 매각, 720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총 투자금액은 408억여원으로 투자수익만 312억여원, 수익률은 80%에 육박한다.
도미누스PEF의 대박 덕에 1대주주인 KG케미칼도 덩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재무적 투자자인 도미누스PEF와 달리 KG케미칼은 지분을 처분하지 않았지만 1년전 맺은 협약으로 도미누스PEF의 차익 중 일부를 나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KG케미칼과 도미누스PEF는 KG이니시스 주가가 연간 5.8% 이상 오르지 못하면 KG케마칼이 도미누스측 지분을 되사주고, 연복리 11% 이상을 초과하면 초과분의 30%를 KG케미칼이 공유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 덕에 KG케미칼은 도미누스의 차익금 312억원 중 80억원 가량을 나눠받게 됐다.
문제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뒤늦게 들어간 개인투자자들이다. 단기간 이른바 '더블'이 났던 KG이니시스 주가는 도미누스의 지분매각 소식에 16일 바로 하한가로 떨어졌고 19일까지 4일 연속 약세다.
증시 한 전문가는 "일반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도 문제지만 테마 열풍을 고점매도의 기회로 활용하는 대주주들의 행태도 아쉽다"고 지적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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