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칭찬보다는 고언이 앞섰다. 패배란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유럽파는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다. 특히 공격에선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이 살아나지 못하면 브라질로 가는 길은 가시밭이 된다. 그렇기에 더욱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물론 이면엔 애정과 기대감이 담겨있었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을 마치고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여러 해외파에 대한 최감독의 생각이었다.
박주영(셀타 비고)에 대해선 판단 유보였다. 이란전 활약은 미미했다. 반면 아스널 시절보단 경기 감각이 살아났다는 게 고무적이었다. 롱 볼 위주의 공격 전개가 박주영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점도 감안됐다.
최 감독은 "몸 상태는 이전보다 좋았다"라면서도 "밀집수비와 몸싸움이 강해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평했다.
반면 이청용(볼턴)과 김보경(카디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단 평가다. 최 감독은 "둘 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지 못하다 보니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청용은 최근 주전 입지가 흔들린다. 최근 8경기에서 절반만 나섰을 뿐이다. 김보경은 팀 내 유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만큼 기회가 적다. 올 시즌 네 경기 교체 출장이 전부다. 이렇다 보니 경기감각이 좋을 리 없다. 이란전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 했지만 한계는 있었다.
이에 최 감독은 "각자 팀에서 좋은 활약 펼치길 기대하면서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팀 내 꾸준한 활약을 종용한 셈이다. 직접적 대상으로 거론되진 않았지만 이는 지동원(선덜랜드)과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다.
손흥민(함부르크)의 활약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분데스리가에서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도 실망보단 희망이 앞선다.
최 감독은 "연습 때도 좋았고 자신감이 있었는데, 경기 때는 자기 생각만큼 안된 것 같다"라며 "아직 나이도 어리고 소속팀 경기와 달리 A매치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전했다. 부담감만 떨쳐낸다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리란 평가였다.
유럽파에 대한 냉정한 잣대는 경쟁구도에 있는 국내파에 대한 질문을 불러왔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이동국(전북)의 재발탁 여부.
최 감독은 현실을 직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공격수 자원은 셋밖에 없다. 거기서 조합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박주영, 이동국, 김신욱(울산) 외엔 다른 스트라이커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 즉 체력 문제 등으로 이란전에선 제외했지만, 이동국은 변함없는 대표팀 핵심 자원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면서도 당장 다음 예선 이동국을 재발탁할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그는 "아직 내년 3월까지는 시간이 많고, 11월 평가전도 있다"라며 "시간을 두고 선수들의 활약 여부를 점검하겠다"라고 전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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