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경기 전 최강희 감독의 전략은 명료했다.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고, 후반 선제골을 노리자는 생각이었다. 상대가 거칠게 나올 것이란 건 알고 있었다. 김신욱의 높이와 힘을 앞세워 맞불을 놓기로 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 내내 유리한 경기를 펼쳤고,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출 만큼 위협적 슈팅도 있었다. 후반 이른 시간에 상대 선수가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까지 얻었다. 승리가 가까워지는 듯했다.
경기는 갑자기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예기치 못한 선제골에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다. 최 감독은 측면 공략을 주문했다. 교체 투입되는 선수는 물론 그라운드 위를 향해 목청껏 외쳤다. 노력은 허사였다. 최 감독의 지시는 10만 관중이 만들어내는 엄청난 소음에 잡아먹히고 말았다.
호재라 생각했던 상대 퇴장도 오히려 독이 됐다. 이란은 전체적으로 내려앉으며 수비에 몰두했다. 정신적으로도 굳건히 재무장됐다. 선제골 이후엔 노골적 지연 행위까지 벌였다.
한국 선수들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 다급함에 전방을 향해 긴 패스를 반복할 뿐이었다. 페널티박스에 밀집된 이란 수비진은 쉽사리 틈을 내주지 않았다. 줄기찬 공격에도 효율은 떨어졌다. 결국 또 다시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최 감독은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자리에서 "선수들이 징크스를 깨기 위해 노력하고 집중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못해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란전에 대해선 "전반에 실점하지 않으면서 선제골을 넣는 게 목표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부분에서 실패하면서 경기가 잘 안 풀렸다. 전술적으로는 크게 할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후반 내내 '롱 볼'이 반복됐던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일방적 분위기에 상대의 지연행위까지 더해지면서 우리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쫓겼던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측면을 통해 차분하게 기회를 만들기를 주문했는데, 경기장이 워낙 시끄러웠던 탓에 전달도 잘 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쇼자에이의 퇴장도 오히려 독이 됐다. 상대가 정신적으로 재무장되고, 전체적으로 내려앉아 버리며 경기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분명한 사실은 아직 실망하기엔 이르다는 점. 최 감독은 "결과는 안 좋았지만 좋은 장면도 많았고, 만족스런 활약을 펼친 선수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예선 일정이 네 경기 남아있다"라며 "준비를 잘해서 월드컵 본선에 꼭 진출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1차 목표는 최종예선이지만, 본선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그런 의미에서 대표팀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 바람직하다. 어린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심이 되어주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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