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위 서울시 여성전용주택 "물건너가나"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파출소 위에 여성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서울시와 SH공사의 ‘싱글여성 전용 안심주택’이 관계기관과 협의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를 예방하고 임대수요를 해결하겠다는게 서울시의 계획이지만 지구대 건립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경찰청과의 이견이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본지 7월6일자 ‘파출소 위 여성만을 위한 임대주택, 짓기 힘드네’ 보도)

1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박수현 의원(민주통합당·충남공주)이 서울시와 SH공사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노후 경찰지구대 등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해 ‘싱글여성 전용 안심주택’ 2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방안은 아직도 세부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과의 수발신 공문 확인 결과 서울시는 재건축이 가능한 경찰지구대 부지만 선정하고 서울경찰청과 합의없이 공급 계획안 발표에 나선 것이다.

여성전용임대주택으로 불리는 ‘싱글여성 전용 안심주택’은 지난 5월 서울시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계획안을 발표하며 내놓은 방안이다.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구로구 천왕 도시개발지구내 공공청사부지를 활용, 경찰지구대 위에 여성 전용 주택을 짓겠다는게 핵심이다. 당시 서울시는 시유지상 기존 노후 저밀 파출소를 여성전용 임대주택과 복합으로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서울경찰청과의 협의를 통해 지속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공개했다.

당초 구로경찰서는 천왕동 27일대에 위치한 공공청사2부지내 2개 필지 중 1개 필지를 매입하고자 서울시와 부지매입비용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구대 위에 여성전용주택을 짓겠다고 밝히며 양측간 입장차가 발생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주택 관리 등을 이유로 부지의 무상지급을 요구한 반면 서울시는 공동사업으로 인해 매입비 부담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게다가 재건축시 건축비 혹은 시설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는 내용의 SH공사 공문을 받은 서울경찰청은 지난 8월20일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1~2층 전부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수정, 1층에 경찰지구대 민원실과 함께 어린이집 입주를 제안했지만 서울경찰청은 “어린이집이 같은 층에 위치할 경우 어린이가 사건 목격하는 등 문제 발생 우려가 있다”며 아예 입주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구로구 천왕동 시범사업지는 노후된 파출소가 위치한 곳이 아니라 일반 나대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서울시는 1층 어린이집, 2층 주민센터 부수시설, 3층 이상부터 여성전용임대주택을 짓는 방안으로 변경해 추진 중으로 당초 노후 공공청사를 재건축하겠다는 방안과 거리가 멀어졌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과정에도 불구하고 9월12일 ‘노후된 공공청사 등을 여성전용 안심복합건물로 재건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여성 1인가구 종합지원대책’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경찰지구대 부지를 활용한 주택건설은 치밀한 준비가 부족한 서울시의 졸속계획이어서 사실상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며 “사업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