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5일 "악법도 법"이라며 결국 민주통합당 추천 이광범 변호사를 내곡동 특검에 임명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법안 수용시 당초 전제 조건이었던 여야 협의에 의한 특검 후보 추천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명 거부 의사를 강하게 내비쳤었다. 그만큼 전격적인 임명이었다.
실제 이날 특검 임명 수용 발표에 나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발표문안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해 특검 추천안의 부당성을 비판했다.
최 수석은 우선 "여아가 원만한 협의를 거쳐 특검 후보 추천하기로 합의해 놓고 민주당이 합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했다"며 "여야가 심각한 대립 상황을 임명 전에 해소해달라는 취지로 임명을 유보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 수석은 이어 "이전과 달리 특정정당에 특검 추천권 줘 정치적 독립성ㆍ수사 공정성 침해 소지가 커서 위헌 논란이 일었지만 대승적으로 (특검법안을) 수용했었고, 이 과정에서 여야 원내 대표가 원만히 협의해서 추천해 정치적 중립성ㆍ공정성 문제없다고 확인까지 했었다"며 "그럼에도 민주당이 합의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특검을 추천했고, 합의를 지키라는 정당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아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최 수석은 특히 "일각에선 민주당 측이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특검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새누리당에서는 지금 이순간에도 특검을 임명하지 말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며 "특검법이 부당하고 특검 추천 과정도 편파적"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청와대 내부의 분위기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특검 임명 수용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최 수석은 "수석비서관들의 다수 의견은 특검 임명을 거부하자는 쪽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청와대 측은 결국 '민생 안정'과 '대선의 공정한 관리'를 명분으로 민주당이 추천한 김형태ㆍ이광범 변호사 중 이 변호사를 특검에 임명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을 임명하지 않아도 강제·처벌 조항이 없어 가능하다는 참모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악법도 법"이라며 특검 임명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특검법이 정한 시한을 어길 경우 비록 처벌ㆍ강제 조항이 없긴 하지만 '직무유기' 등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 돼 임기가 끝난 후 사법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최 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특검 수용 발표를 앞두고 참모들과 가진 마지막 회의에서 "악법도 법인 만큼 지켜져야 한다는 정신으로 특검을 수용한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이 전격적인 특검 임명 수용의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더 커질 수 있고, 본격화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와중에 친정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측에게 지나친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검찰이 철저히 조사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만큼 더 뒤져봐도 나올 게 없다"는 자신감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최 수석은 "임명된 특검이 정치적 중림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믿으며,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국민들의 의혹 해소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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