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냉장고 용량을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감정싸움이 소송전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 TV, 스마트폰 등 경쟁분야 마다 경쟁의식을 드러내며 감정싸움을 벌이던 두 회사가 소송전을 벌이며 다시 한번 전자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6일 LG전자가 제안한 '냉장고 용량 공개 검증'을 삼성전자가 거부하며 나서자 LG전자가 다시 한번 공인 규격인증기관인 인터텍과 기술표준원의 공문을 제시하며 삼성전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를 놓고 벌이던 두 회사의 경쟁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소송전으로 비화되더니 마침내 난타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번 냉장고 용량 전쟁의 이면에는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이 있다. 경쟁 초기 부터 두 회사중 누가 먼저 900리터 용량 냉장고를 내 놓을지가 관심사였다.
삼성전자가 901리터 제품을 먼저 내 놓자 LG전자는 "기술력이 부족해 냉장고 높이를 높였다"고 비난했다. LG전자가 높이는 그대로 유지한채 910리터 제품을 내 놓자 삼성전자는 "표기 용량과 실제 용량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자사와 LG전자 냉장고 용량을 물을 붓고 음료수 캔을 넣어가며 직접 비교에 나서며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동영상을 만들기까지 이르렀다.
두 회사의 이 같은 감정싸움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10월 스마트폰 옵티머스LTE를 출시 발표회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2위에 버터를 올려 놓고 녹이는 영상을 시연했다. 갤럭시S, 갤럭시S2, 아이폰4, 옵티머스에 각각 버터를 올려 놓은 뒤 30분 정도가 지나자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버터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당시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계란프라이를 하려면 갤럭시S2를 이용하면 될 것"이라며 발열 문제를 지적했다.
LG전자는 3D TV 화질 문제로 한창 다툼을 벌이던 2009년 5월에는 잠실 야구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 블라인드테스트를 진행했다. 당시 삼성 TV에 표가 집중되자 LG전자 TV쪽에 표를 몰아주다 시민들에게 발각된 사례도 있었다.
삼성전자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LG전자의 PDP TV를 두고 50만 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한 하드디스크 수명을 2만 시간이라고 비방했다. PDP TV의 소음이 심해 TV 시청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물론, PDP TV의 열을 식히기 위해 탑재된 냉각팬을 '선풍기' 수준이라며 비방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 같은 내용을 광고를 통해 게재했고 LG전자는 광고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결국 해당 소송은 LG전자가 승소해 삼성전자가 광고물을 철수하기에 이르렀다.
3D TV 표준서도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하던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광고와 관련한 소송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LG전자의 3D TV 방식이 기술상 풀HD급 화질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풀HD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했다며 영국에서 LG전자를 제소했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가 주관적인 평가에 기반해 LG전자 3D TV는 화질이 떨어진다며 비방광고를 한다며 맞고소 했다.
최근에는 OLED TV와 관련해 기술 유출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전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이 LG디스플레이로 이직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TV와 관련된 기술이 유출됐다며 LG디스플레이를 고발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연일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실상 소비자들의 관심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면서 "감정싸움 대신 기술 경쟁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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