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초에 4번 찌르기’란 말이 네티즌 사이에 회자된 바 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신아람 선수의 ‘1초 오심 논란’을 빗댄 것이다.
신 선수의 1초 오심 논란이 채 가시기 전에 증시에서 ‘1초’만에 8억원을 날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한국거래소는 장 개시 1초 만인 오전 9시 1초에 SSPC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했다. 곧이어 9시 2분에는 부도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불과 1초 만에 내려진 긴급한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 시간 동안 65만주의 회사주식 거래가 체결됐다. 개장 전 진행되는 동시호가 때 매수 매도 주문을 낸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체결가는 SSCP의 전일 종가였던 1440원에 비해 11.81% 하락한 1270원이었다. 거래대금은 8억2000만원가량이었다.
갑작스런 매매거래 정지 소식에 투자자들은 불안감에 SSCP측으로부터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이날 오후 6시경 회사는 외환은행 반월공단지점으로 돌아온 어음 11억95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손에 쥔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거래소는 8시50분경 코스닥시장본부 공시3팀에 SSCP 부도설에 대한 제보가 처음 접수된 뒤 확인 절차를 거쳐 시장감시위원회(시감위) 시장정보분석팀에 검토를 의뢰했으며, 시감위로부터 ‘부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받은 즉시 매매거래 정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장과 동시에 매매거래 정지를 시킨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부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매매거래 정지를 결정할 경우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는 하지만 1초만 더 결정을 빨리 했다면 피해자가 입은 8억원의 손해도 막을 수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개미투자자들이 자주 접속하는 종목 게시판에도 “동시호가 체결시키고 거래정지 시킨 것은 분명 의도적이다”, “오정현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뭔가 일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등 회사와 거래소 모두를 비난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SSCP는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인 SSCP는 지난 2·4분기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달 초 자회사인 알켄즈에서 부도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회사 지분은 오 대표가 23.56%,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오주헌 회장이 15.3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기획재정부(7.95%)와 모건스탠리투자관리회사(14.32%)도 주요 주주로 올라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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