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약관 페이스북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시계아이콘01분 42초 소요

[충무로에서]약관 페이스북도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AD

버스 떠난 다음 손 흔드는 격이 우리의 일상사다. '왜 미리 그걸 몰랐나' 하고 되뇔 때가 다반사다. 삼성ㆍ애플의 특허전쟁을 봐도 그렇다. 코오롱ㆍ듀폰의 영업 비밀 침해 소송 평결도 그렇다. '큰 물에서 놀아라'는 말이 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내서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자체 모바일 운영체계(OS)를 이미 개발해놨다는 최근 소식은 우리를 심각하게 돌아보게 한다. 페이스북 주가가 폭락한다고 하지만 '결코 쉽게 물러설 기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스쳐간다. 삼성이 이번에 당한 시련은 결국 구글의 대리전을 치르다가 겪게 된 불상사다. 안드로이드 OS 같은 것을 약관의 페이스북도 만들어내는데 우리 기업은 왜 할 엄두조차 못 내는 걸까.

페이스북, 그 이름의 뜻은 단어 그대로 앨범 얼굴 책이다. 하버드 대학 동창들의 앨범집을 디지털화하다가 마크 저커버그라는 청년이 친분교신(SNS) 사업화한 기업이다. 자체 OS를 확보했다는 뜻은 스마트폰 사업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의도로 충분히 해석 가능하다. 애플에서 이탈한 OS 인재들 일부를 영입해 자체 OS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굴지의 OS들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인 미국에서 동종 기업이 하나 더 늘어난 꼴이다. 최강자 IBM, 그 다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애플,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다른 강자 오라클-. 이들 4강 체제 프리미어리그에 최근 뛰어든 구글에 페이스북까지 합류한 것이다. 큰 물에서 놀다 보니 그들만의 리그에 저절로 진입한 걸까. 다른 나라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데 미국에만 무려 여섯 개가 있다. 이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할 만한 우리 기업은 과연 없는가. 노키아는 거기에 입성하려 시도하다가 스스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의 대표 주자격인 삼성 같은 기업은 왜 큰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걸까. 노키아처럼 섣불리 달려들었다가 본전도 못 추릴 거라는 두려움에 떠는 걸까. 그러나 이제는 과감히 결단할 시기가 무르익었다.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입을 피해액은 무려 1조원 수준이다. 순전히 OS 때문에 당한 일이다. 삼성이 독자 OS를 갖고 있었더라면 당할 리 없다. 구글로부터 제공받은 안드로이드 OS가 애플 OS를 특허 침해했기 때문에 당한 일이다.


애플이 구글을 직접 상대해 난타전을 펴기에는 애플 자신이 입을 수 있는 피해가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짙다. 아이폰에서 만약 구글 탐색이 안 된다고 상상해보라. 아이폰이 팔릴 길이 있겠는가. 그러니 애플로서는 구글과 공생의 길을 당분간이라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회공격 전술을 펴서 구글의 대리인으로서 삼성을 겨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삼성이 대리전을 치러주더라도 그 대가를 너무나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는 점이다.


1조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금액의 단위로 말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독자 OS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3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2년간 석사급 프로그래머 1000명을 동원하고 진두지휘할 기술자가 투입되기만 하면 상용 OS를 개발할 수 있다. 총개발비의 30% 수준 비용이 그냥 공중으로 증발된다고 생각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 정도로 당하면서도 오기도 없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삼성의 경우는 노키아와는 성격상 판이하다. 노키아는 억울하게 당한 일이 없었고 따라서 오기를 부릴 만한 사건이 없었다. 그러나 삼성은 자존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상태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결국 작은 물에서 노는 물고기들뿐이란 말인가. 기업은 그렇다고 친다면, 정부는 국가 소프트웨어 대계에 전혀 관심도 없는가.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