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공립유치원 교사 1250명 증원을 요청했다. 내년 3월부터 누리과정을 3~5세로 확대하면서 유치원을 신ㆍ증설하는데 따른 인력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행안부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증설 1024학급 교사 1024명의 증원 요청을 모두 삭감했다. 부처 간 이견으로 내년에 정규 교사가 없는 공립유치원이 생길 판이다.
누리과정이란 취학 전 어린이의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취지로 올 3월부터 만 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공통 교육과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는 교육 및 보육 과정을 통합한 표준보육과정으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과 함께 정부의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의 하나다. 정부는 국가의 책임을 확대한다는 목표로 내년부터는 3세와 4세 어린이까지 넓히기로 했다.
학급은 늘어나는데 교사가 없다면 증설의 의미가 훼손된다. 물론 기간제 교사를 쓸 수는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의 출산이나 질병 휴가 때 한시적으로 쓰는 편법이다. 정부가 편법을 권장해서야 되겠는가. 특히 최악의 경우 원아 모집을 취소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재정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마당에 누리과정마저 돈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면 큰 문제다.
행안부는 재정여건과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정책 목표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유아는 계속 주는데 공무원 정원을 늘리면 앞으로 교사가 남아돌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실을 잘 몰라 하는 소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유치원 원아 중 공립 수용 비율은 17.2%다. OECD 회원국 평균인 62.7%에 훨씬 못 미친다. 유아가 감소한다지만 아직은 공공 유아 교육 시설과 인력을 더 늘려야 할 때다.
어린이에 대한 보육과 교육은 단순한 복지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요, 저출산ㆍ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계층에 관계 없이 모든 어린이가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나라의 책무이기도 하다. 행안부는 누리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교사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증원 삭감 방침을 재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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