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의 3차 양적완화조치(QE3)의 부작용이 벌써부터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매달 400억 달러를 풀어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기로 한 QE3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물가 불안에 휩싸인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10년물 BEI(break even inflationrate)'가 이날 장중 한 때 2.73%까지 올라가 2006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BEI는 향후 인플레이션을 측정하는 지표로, 명목국채수익률에서 물가연동채권 수익률을 뺀 수치다. BEI가 높으면 그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높다는 의미다. 이날 BEI는 2.58%로 장을 마쳤지만, 연준의 QE3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주 2.35% 보다는 높은 것이다.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은 달러 약세와 금이나 석유가격 인상을 동반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양적완화 조치가 향후 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보는 탓이다.
지난 두 차례에 걸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는 BEI가 지금 보다 훨씬 낮았고, 디플레이션 불안이 있었기 때문에 단행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QE3가 실시돼 투자자들의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중앙은행이 BEI 상승을 부채질할 물가 고공행진을 견뎌낼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의 제임tm 에번스 수석 전무는 “모기지 채권의 무제한 매입이 경제에는 좋은 소식이지만 앞으로 인플레 가중이라는 ‘꼬리 효과’ 위험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 조치가 고용시장 개선에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장은 지난 15일 미국 공영 라디오 NPR 회견에서 "연준 조치 효과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내 생각은 이것이 인플레는 가중시키는 반면 고용 촉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쪽"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