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여파가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막대한 자본금을 대출받은 철강 중개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중국 은행들까지 동반 부실화 위기에 처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부도난 철강 중개회사의 물류창고가 텅텅 비어 담보물인 철강재를 압류하기 위해 온 채권은행들이 ‘허탕’을 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이 창고에 쌓인 철강 재고나 부동산을 담보삼아 한번에 여러 곳의 은행에서 자금을 빌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담보관계가 꼬인 ‘악성부채’ 물량은 상하이에서만 약 50억위안(약 8800억원)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하이 공안 당국은 몇 건의 ‘유령 창고’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국영 중국철로물자총공사(CRM) 상하이지부의 바오양 물류창고 대표가 체포되기도 했다.
빠른 경제성장세를 타고 중국 철강산업은 전세계 생산량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성장세가 꺾이자 과도한 투자는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현재 중국 철강업계는 연간 생산량의 2억2000만t 정도가 공급과잉 상태다.
중국 은행들도 한창 업황이 좋을 때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하고 무분별하게 대출을 늘렸다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철강업계의 부채는 약 4000억 달러에 이르며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도 급증했다. 철강 가격이 최근 3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업체들이 재고 물량을 팔아 대출금을 갚기도 어렵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면서 “앞으로 철강 수요가 더욱 감소하고 가격도 폭락하면 다음에는 은행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