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미국 등 세계적 곡창지대의 심각한 가뭄으로 '글로벌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을 뜻하는 영어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 곡물가격이 상승하는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미 농무부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56년 만에 찾아온 미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8월 1일 현재 미국 카운티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이 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경지의 경우 약 80%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특히 옥수수와 대두 생산액의 75%, 쇠고기 생산액의 65%를 차지하는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뭄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 기준으로는 전체의 65%가 ‘보통 이상’의 가뭄을 겪고 있었으며 미국의 전체 농장 중 ‘보통 수준의 가뭄’과 ‘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농장은 각각 21%에 달했다. 특히 ‘극심 또는 이례적인 가뭄’을 겪는 농장도 2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식량기구(FAO)는 미국의 극심한 가뭄현상 등을 토대로 지난 2007~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의 세계 식량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극심한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과 가축 사육두수, 유제품 생산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의 경우, 단위면적당 수확량 감소와 수확포기 면적이 늘어나 옥수수와 대두의 8월 생산량은 5월 전망치보다 각각 27%, 1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2/13 작물년도의 옥수수 평균 가격은 부셀당 7.5~8.9 달러, 대두는 부셀당 15~17 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고치(명목가격 기준)를 경신할 전망이다.
축산부문도 더위 스트레스, 사료가격 상승, 목초지 상태 악화 등으로 소· 돼지·가금 사육두수와 우유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 농무부 조사 결과, 2012년 8월 5일 현재 미국 내 목초지의 59%가 ‘좋지 않거나 매우 좋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의 38%와 2001~2010년(평균)의 31% 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유제품의 미국 내 소매가격이 2012년 4/4분기 이후부터 2013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과 러시아 등 주요 곡물수출국도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올해 6월 이후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했다.
미 농무부의 세계 곡물수급 전망에 의하면(8월 10일 발표), 2012/13년도 세계 곡물생산량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22억 4700만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밀 생산량은 전년대비 4.7% 감소하고, 옥수수와 쌀은 각각 3.2%,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생산량 감소 등으로 2012/13년도 세계 곡물교역량은 전년보다 9.1% 감소하고, 기말재고량은 8.5% 줄어든 4억 3,100만톤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기말재고율(기말재고량/소비량)은 전년보다 1.7%포인트 낮은 18.8%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FAO의 안전재고수준(17~18%)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다.
2012년 8월(1~17일 평균) 국제 밀 가격($348/톤)은 6월보다 26%, 옥수수 가격($328/톤)은 23% 올랐으며, 대두 가격($607/톤)도 16% 상승했다.
8월 곡물가격은 애그플레이션이 있었던 2008년 평균가격보다 밀은 7%, 옥수수는 47%, 대두는 34% 높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주요 곡물생산국에서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하고,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FAO와 OECD)이 나오는 등 국제 곡물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농협경제연구소의 박재홍 유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주요 곡물 생산국의 작황과 세계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민간이 적극 협력해 해외곡물의 안정적 확보 대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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