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균 6977원, 금융위기 때도 1만원 넘어
저가·정치테마株 중심 투기거래만 급증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내 1주당 거래단가가 7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우량주가 많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일부 정치테마주 거래만이 횡행하면서 저가주에 대한 매매비중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일별 거래대금을 거래량으로 나눠 구한 1주당 거래단가가 이달 들어 전날까지 평균 6977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5년 7월 월평균 5362원을 기록한 이후 7년여 만에 최저치다.
주당 거래단가는 지난 5월 코스피지수 1800선이 붕괴됐을 때도 월평균 9975원을 기록해 지금보다 높았고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위기에도 1만8673원을 나타냈다. 심지어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전 세계가 패닉 수준의 불황을 겪었던 2008년 9월에도 주당 거래단가는 1만4245원으로 1만원선을 유지한 바 있다.
이처럼 주당 거래단가가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은 증시 내 저가주 쏠림투자가 심화됐다는 방증이다. 코스피지수가 이달 1950선까지 올라서며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안정되긴 했지만 지리한 박스권 장세 속 움직임이 큰 저가주에 대한 단기투자로 투자 성향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시가총액 수십조원을 넘는 국내 대표기업들이 모여있는 코스피시장에서도 최근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은 미래산업, 우리들생명과학, 우리들제약, 우성사료, 써니전자 등 정치 테마주다.
특히 미래산업은 지난 11일 거래대금이 2806억원을 기록하며 대장주인 삼성전자 거래대금 2485억원을 넘어서기까지 했다. 미래산업 한 주당 주가가 2000원선이고 삼성전자는 130만원선임을 감안할 때 단순계산해봐도 삼성전자보다 거래량이 수백배는 많아 주당 거래단가를 낮췄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도 더해졌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실적 발표 이전 주가가 미리 움직이는 대형주와 달리, 중소형주는 실적확인 후 주가가 움직이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대상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4,7월에는 대형주의 실적 발표시즌이고 5,8월은 중소형주들의 실적 발표 시즌"이라며 "대형주와 달리 중소형주는 실적 확인 후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매년 5, 8, 9월쯤 중소형주 거래가 활발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지난 8월부터 대형주가 특별 이슈 없이 지리한 움직임을 보여온데다 5년 만에 대선을 맞아 정치 테마주 거래가 활발한 것도 저가주 거래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당 거래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증시체력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nicks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