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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100퍼센트] 지금 ‘강남 스타일’ 열풍에서 놓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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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간 곡이에요. 챔피언 이후에 제가 너무 건강하게 가더라구요. 그래서 초심으로, ‘새’ 때로 돌아가서 ‘양’(양아치)스러운 감성과 ‘양’스러운 춤...”
- 싸이,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데뷔곡 ‘새’의 후일담 같다. 1980년대 디스코를 샘플링한 ‘새’는 ‘강남 스타일’의 일렉트로니카로 바뀌었고, 여자 꽁무니를 쫓다 “나 완전히 새됐어”라던 남자는 이제 거만하게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매력을 다 가진 여자를 찾는다.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강남 스타일’의 후렴구는 싸이의 역사를 함축한다.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대낮의 광장에서 ‘챔피언’을 불렀고, “그대의 연예인이 되어 항상 즐겁게 해줄게요”라며 한 여자에게 정착했으며, 두 아이의 아빠가 돼 ‘Right now’의 뮤직비디오로 삶에 찌든 직장인들을 격려했다. 그 모든 시절을 지나, ‘새’의 싸이가 돌아왔다. ‘강남 스타일’의 오빠가 되어.

여전히 오빠이고픈 아저씨가 찾아낸 생존방식


[강명석의 100퍼센트] 지금 ‘강남 스타일’ 열풍에서 놓치고 있는 것 ‘오빠’는 싸이가 요즘 친구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기인정이자, 그래도 아직은 놀 수 있다는 자기위안의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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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싸이는 감을 유지하려면 미혼의 친구들과 밤에 논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에게 그래야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서른다섯에 밤 문화의 현역이고픈 남자. 동시에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남자. ‘강남 스타일’의 뮤직비디오에서 통합되기 어려운 요소들은 모순적이라 해도 좋을 싸이의 정체성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그는 사우나에서 땀 빼는 맛도, 관광버스에서 노는 중년들의 세계도 아는 30대 중반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현아처럼 젊고 섹시한 여성과 놀고 싶다. 뮤직비디오에서 싸이가 현아와 처음으로 만나는 공간은 지하철이다. 한국인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젊은 여자와 노는 상상을 하는 남자. 싸이가 오빠인 것은 생물학적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현아 또래처럼 놀기엔, 그는 뭘 좀 안다. 하지만 클럽에 못가는 아저씨가 되기도 싫다. ‘오빠’는 싸이가 요즘 친구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는 자기인정이자, 그래도 아직은 놀 수 있다는 자기위안의 호칭이다.

말춤은 이 이상한 오빠의 지치지 않는 욕망과 현실감각의 교집합이다. 말춤은 오빠와 아저씨 사이의 남자들이 한창 때 추던 춤이었다. 싸이는 이 춤을 21세기에 들고 와서 코미디로 소화한다. 대형 풀장이 아닌 목욕탕 욕조에서 수영하고, 발리의 해변이 아닌 놀이터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하는 이 남자는 자신이 허세를 떤다는 걸 안다. “오빤 강남 스타일”이라는 유혹은 ‘오빤...’과 ‘강남 스타일’을 입에 달고 살면서 허풍 떠는 남자들의 희화화다. 그래서 말춤이 ‘강남 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화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싸이의 승리다. 그는 지금 자신의 모습이 웃기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럼에도 자기 방식대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다.


‘강남 스타일’이 남긴 가장 중요한 사실


[강명석의 100퍼센트] 지금 ‘강남 스타일’ 열풍에서 놓치고 있는 것 ‘강남스타일’이 점점 더 거대한 인기를 얻을수록 바라보아야할 대상은 싸이라는 한 명의 남자다.


‘강남 스타일’은 아직 나이트 클럽의 말춤에 익숙한 남자가 띠동갑들이 우글거리는 클럽에 적응한 것과 같다. ‘새’부터 ‘Right now’까지, 싸이 히트곡들의 핵심은 ‘쌩목’ 멜로디라 해도 좋을 거칠고 직선적인 감성에 있었다. ‘Right now’에서 강한 록 사운드와 함께 후렴구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하는 그 느낌. 여기에 더해 ‘새’에서 자신을 찬 여자에게 “나랑 지금 장난하는 거야”라며 “이 십원짜리야”라고 욕하는 그 거칠고 직설적인 감성. 그러나 ‘강남 스타일’의 싸이는 더 이상 후렴구에서 소리 지르지 않는다. 그는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함께 “오빤 강남 스타일”을 가볍게 던진다. 곡을 신나게 하는 것은 이어지는 전자음이고, 그는 마음에 드는 여자의 스타일과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같이 놀자고 할 뿐이다. 나이트클럽에서 그냥 클럽으로, 록에서 일렉트로니카로, 부킹에서 부비부비로. 2000년대 초반 나이트클럽의 독하고 열정적인 마초는 그렇게 2012년 클럽의 웃기는 오빠로 변했다. 여전히 말춤을 추면서.


춤은 옛날 것을 더 재미있게 리폼했고, 가사는 30대 이상의 남자를 찌르며, 요즘 클럽의 분위기를 살린 사운드는 20대가 말춤을 추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의 빅히트가 큰 행운이라면, 한국에서 ‘강남 스타일’의 범 대중적인 히트는 싸이의 힘이다. 그는 모든 세대에게 낯설지도, 촌스럽지도 않은 댄스음악의 최대 공약수를 찾았다. 그래서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거대한 인기를 얻을수록 바라보아야할 대상은 싸이라는 한 명의 남자다. 그는 이번 앨범의 ‘77학개론’에서 “아직 우린 젊기에”라며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오마주 한다. 원곡을 만들었던 20대의 서태지는 갈 곳 없는 젊음의 방황을 표현했다. 하지만 ‘모든 설렜던 것들’이 ‘익숙한 것들’이 됐다는 서른다섯 남자의 “아직 우린 젊기에”는 자신이 예전 같을 수 없다는 서글픈 자조다. 한국 대중음악사상 전 세계적으로 가장 히트한 곡이 지나가는 젊음을 자조하며 그래도 누군가의 오빠라도 되길 바라던 한 남자의 욕망에서 시작됐다. 자신의 시대가 천천히 가고 있을 때, 자신의 정체성을 세상과 조화하는 방법. 대중음악이 여전히 한 개인의 욕망과 스타일로부터 나온다는 증거. 그것이야말로 ‘강남 스타일’이 남긴 가장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1억 4천만을 넘은 유튜브 조회수보다 더.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강명석 기자 two@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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