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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MOM]“육아로 사표 쓰고 우울한” 주부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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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통해 재취업 도전하는 ‘러닝맘’ 이야기

[LEARNING MOM]“육아로 사표 쓰고 우울한” 주부들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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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로 경력단절이 된 한 엄마가 자녀 보육 문제와 다시 일하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공부→재취업→사회진출이라는 엄마들의 새 희망이 꺾이지 않으려면 육아 부담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싱글이었던 시절, 번듯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던 커리어우먼에게 출산과 육아는 ‘행복한 악몽’일까? 어린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 정은주(38)씨도 마찬가지였다. 육아를 위해 잘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이후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지금은 접었던 일에 대한 열정을 다시 펼치기 위해 새로운 전문분야를 ‘열공’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에 대한 부담은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정씨의 육아일기를 듣고 ‘러닝맘(learning mom) 육아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일시 : 2012년 9월 6일
조사 지점 :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2동
조사 대상 : 경력단절 여성, 12살 초등학생·6살 유치원생
자녀를 둔 주부 정은주씨.
결과 및 고찰
경력단절 배경 : 정씨는 맞벌이하던 시절, 첫째 아이에게 고생을 많이 시켰다고 자책했다. 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밤 9~10시나 돼야 퇴근이 가능했고 아이를 돌볼, 아니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린이집에 맡기는 때 외에는 친정엄마가 그녀의 집까지 50여분을 걸음해 아이를 봐줬다. 회사 일이 바빠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윗집 사는 아주머니를 따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 건 최악의 실수였다. 어린이집 원장이 만 두 돌이 된 아이를 방치하다시피 할 때가 빈번했고 식사로 라면을 먹이는 모습도 목격할 만큼 수준 이하의 보육시설이었던 것. 아이를 외롭게 만들고 혹사시킨 것 같아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온다며 그녀는 울먹였다. 그래서 둘째 아이 만큼은 믿음이 가지 않는 어린이집에 차마 맡기지 못했다. 돈을 벌기 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아이를 키워야겠다고 결심했고 정씨는 꽤 좋은 직장이었음에도 결국 육아를 위해 사직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육아부담 현황 : 월 평균 보육비는 첫째 아이의 경우 종일반비를 포함해 유치원비 36만원이 들었다고 했다.(지금은 종일반 제외 유치원비만으로 보통 3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둘째는 4살 때까지 직접 보육했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상황에서 철도공무원인 남편 혼자 벌이로는 월 38만원 가까이 되는 어린이집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됐기 때문이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지금은 병설유치원을 보내고 있는데 한달 원비로는 3만2000원이 든다. 종일반비 5만원은 따로 들어간다. 시설 수준은 비용 대비 괜찮다는 평가다. 문화센터 발레반은 3만원(1개월)에 다니고 있다. 따져 보면 월 보육비가 총 10만~15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첫째와 둘째 아이 모두 무상보육 대상자에서 벗어나 지원을 받진 못했다고.


보육 및 삶의 질 만족도 :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사건을 계기로 그녀는 큰 상처를 입었다. 둘째를 가정에서 직접 보육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직장을 그만 둔 아쉬움은 커져만 갔다. 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많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양육 방식에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하므로 퇴사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육아 부담이 커서 자녀를 더 갖고 싶진 않다.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육아 때문에 사회생활에 대한 욕구를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하다는 게 그녀의 고백이다. 회사에서 동료 직원들과 바쁘지만 즐겁게 일하는 꿈을 늘 꾼다고 했다.


러닝맘 된 이유 : 다시 사회에 나오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는 ‘배움’을 택했다. 우연히 TV 뉴스를 보다 ‘여성인력개발센터’라는 기관을 알게 됐고 이곳에서 교육받고 취업에 도전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주부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성 없이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그동안 관심이 많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야에 새로 도전하기로 했다.


워낙 박물관 가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역사책을 두루 읽어왔던 것과 연계, 부산 사상여성인력개발센터의 체험학습기획전문가 과정을 선택했고 4개월간 열심히 배웠다. 체험학습기획전문가 과정은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체험학습과 관련된 전반적인 정보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강사 양성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0일로 1차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엄마들끼리 역사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2차 교육도 곧 받을 예정이다.


지금은 하루 이틀 정도 기회를 얻어 현장에 나가 절이나 박물관과 같이 문화유산, 관광자원 등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실전 경험을 쌓는 중이다. 일당으로 3만원의 보수도 받는다. 앞으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영어, 중국어, 일어도 배워 몇 년 뒤에는 문화해설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다만 육아 문제가 역시 걸림돌이다.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초등학교 2~3학년쯤 됐을 때 문화해설사로서 본격적인 사회 진출을 이룰 셈이다. 정씨에 따르면 주부들이 보통 회사를 그만두면 식당 말고는 일할 데가 별로 없다고 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와 같은 여성 특화기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전문직으로 재취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했다.


보육정책 개선사항 : 정씨는 연령별, 소득기준 등 따지는 게 많은 현 무상보육 정책이 좀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 계층에 지원돼 그녀의 아이들처럼 지원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말이다. 사실 재취업을 꿈꾸는 엄마들이 교육의 기회 및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선 어린이집에 맡기거나 베이비시터 이용 등 육아가 해결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질 높은 보육시설이 더 생겨나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최근 논의가 시작된 아동수당 도입에 대한 생각은 긍정적이었다. 둘째 아이를 4살 때까지 가정보육 했으므로 만약 부모에게 직접 보육료를 지원하는 아동수당이 있었다면 신뢰가 깨져버린 어린이집 대신 다른 보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요긴했을 거라는 설명이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육아 및 교육 방법 등에 대한 전문가 및 또래 엄마들의 조언이나 코칭을 받을 기회에 대한 욕구도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4~5세 자녀를 둔 엄마들의 모임인 한 인터넷 카페를 예로 들었다. 이 모임에서는 엄마 회원들이 종이접기, 동화 읽어주기, 미술 놀이, 현장 체험 등 각자 역할을 담당해 아이들 교육을 진행한다. 자녀에게 다채로운 교육을 접하게 할 수 있어 유익하고, 엄마들은 그들대로 이런 모임을 통해 교류하고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 이상적인 교육 프로그램인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한 엄마 회원은 아이가 5살이 돼도 유치원에 안 보내고 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계속 양육하겠다고 할 정도라니 얼마나 만족도가 큰지 알 수 있었다고. 결론적으로 육아 문제가 해결돼야 엄마들이 마음 편히 공부도 할 수 있고 취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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