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시즌 전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안정된 투타 균형에 의욕마저 넘쳤다. 핵심은 사령탑에 오른 선동열 감독. 고향으로 돌아온 프랜차이즈 스타에 많은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이상적인 흐름이었다. 선 감독은 선수시절 화려한 성적으로 KIA의 전신 해태를 최강으로 이끌었다. 삼성에서 수석코치, 감독 등을 맡으며 지도자 능력도 인정받았다. KIA의 비상을 견인할 최적임자였다.
가장 기대를 모은 부분은 투수진. 윤석민, 김진우, 한기주, 양현종, 손영민, 서재응 등의 기량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보였다. 선 감독은 앞서 지휘봉을 잡은 삼성에서 특급 계투진을 구축, 선수단을 강팀으로 올려놓았다. KIA의 투수 자원은 이에 못지않다. 삼성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항마라는 의견이 나온 건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KIA는 위태롭다. 투타의 동반 부상이 시즌 내내 이어지며 한 차례도 온전한 전력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102경기를 치른 30일 현재 49승4무49패로 5위다. 남은 일정은 31경기. 승부수를 띄워야하지만 주포인 이범호, 김상현, 최희섭 등은 여전히 엔트리에서 빠져있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부상으로 신음하던 투수들이 최근 속속 마운드에 복귀했다. 선 감독은 타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선발투수들이 중간이나 마무리를 겸하는 비상 체제로 남은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 핵심은 김진우와 윤석민이다. 손영민, 최향남 등과 함께 새로운 필승 계투조의 탄생을 예고한다. 김진우, 윤석민, 손영민, 최향남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삼성의 필승 계투진에 전혀 뒤지지 않는 조합이다.
선 감독의 프로야구 통산 평균자책점은 1.20이다. 이는 1647이닝을 던지며 세운 기록이다. 그래서일까.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지키는 야구’로 승부를 띄운다. 투수진도 실현을 가능하게 만든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르루와 헨리 소사는 후반기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특히 르루는 7월과 8월 나선 10경기에서 5승(2패)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2.05로 선전한다. 소사도 같은 기간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며 4승(4패)을 챙겼다.
국내파도 빼놓을 수 없다. 주축인 서재응에 양현종, 한기주 등은 언제든 선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체력적 한계를 노출했던 박지훈도 특별 휴식을 누리고 최근 복귀했다. 윤석민, 김진우가 빠져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선발진이 돌아갈 수 있는 셈이다.
잔여 일정은 여기에 힘을 보탠다. KIA는 일주일에 4경기 혹은 5경기를 치른다. 선발카드 선정에 있어 꽤 유리하다. 남은 경기도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다. 숨 막히는 막판 격전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은 자력으로 가능할 수 있다.
KIA는 남은 경기에서 18승 이상을 거둬야 안정적으로 4강에 입성할 수 있다. 클린업트리오(이범호-김상현-최희섭) 없이 투수력으로 기적을 만들어가는 행보에 상위권 팀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인 까닭이다. 근래 가을야구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다. 3명의 확실한 선발카드가 있으면 우승을 노릴 수 있다. KIA는 그런 카드가 5명이나 있다. 더구나 호랑이들은 포스트시즌 유독 강했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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