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내놓은 김연수 작가, 20대 청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20대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늘 불안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신간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으로 돌아온 김연수 작가가 자신의 지나간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23일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주최한 청춘문학캠프의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통해서다.
그는 “나 역시 불안이 지배하는 20대를 보냈다”며 “24살에 일찍 등단만 했을 뿐 그 뒤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방법을 몰라 모든 게 미숙했던 시절, ‘나는 결국 이렇게밖에 안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월급쟁이로 살다 죽어야지’ 결심했다는 것이다. 내년에 등단 20주년을 앞두고 지금까지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 6권의 에세이를 내놓으며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그에게서 나온 의외의 대답이었다.
김 작가는 “그렇게 끝나버릴 것 같던 인생이 서른, 그리고 마흔이 지나면서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불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됐다는 거다. 그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불안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며 “다만 20대에는 불안의 크기가 너무 커서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느꼈는데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크기만큼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대에 어떤 일을 끝내겠다거나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조급해 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에게도 소설이 너무 안 팔려서 ‘1만부 이상 팔리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던 때도 있었다. 김 작가는 “처음에는 상처받았지만 어느 순간 어차피 안 팔리니까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막 쓰자고 생각했다”며 “책이 안 팔리니까 출판사에서 독촉도 안하길래 가능하면 이것 저것 실험을 해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속 시원하게 써내려 간 소설이 2005년 발표한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그는 “아무도 안 봐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쓴 소설이었지만 의외로 잘 팔렸다”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좋아하면서 해보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수 작가는 올해에만 총 3권의 책을 내놨다. 소설 ‘원더보이’와 에세이집 ‘지지않는다는 말’, 그리고 27일 출간되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까지 연이어 출간됐다. 에세이와 소설을 종횡무진 오가는 그에게 더 애착이 가는 장르는 무엇일까? 그는 “에세이를 쓸 때는 즐겁게 고통 없이 쓰기 때문에 밝고 환한 반면, 소설을 쓸 때는 너무 힘들어서 비관적이 되는 것 같다”며 “소설을 쓰는 게 훨씬 어려운 만큼 책으로 나왔을 때 성취감은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 문학평론가로부터 ‘에세이가 훨씬 좋으니 에세이를 쓰듯 소설을 쓰라’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조금씩 밀고 나가는 장르인 소설에 더 애착이 간다"며 앞으로도 계속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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