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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크로니클⑨] 홍콩할매귀신과 스타렉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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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들, 문을 걸어잠그면 안에서 무슨일이 생겨도 모르는 이웃집…. 도시는 괴담이 '창궐'하기 딱 좋은 장소다. 아시아경제에서는 여름 납량 특집으로 지난 100년간 도시 곳곳을 떠돌았던 '도시괴담'의 연대기를 돌아보는 '괴담 크로니클' 시리즈를 연재한다.)

[괴담 크로니클⑨] 홍콩할매귀신과 스타렉스 할머니 홍콩할매귀신 (KBS2 방송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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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린아이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노화한 인간의 모습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줄뿐더러 어린이 자신이 자신과 다른 모습에 공포심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가장 멀리있는 존재이다. 이 때문에 할머니가 소재로 등장하는 괴담은 끊이지 않는다. 1980년대 후반부터 초등학생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홍콩할매귀신이 대표적인 예다. 홍콩할매귀신은 고양이를 끔찍이 여겼던 할머니가 가방에 몰래 고양이를 넣은채 홍콩행 비행기를 탔고 비행기 사고로 사망하면서 반인반묘의 귀신이 됐다는 괴담이다.

홍콩할매 귀신은 당시 인형극과 영화 소재로 다뤄졌을 뿐더러 TV 뉴스에 괴담을 무서워한 나머지 등교거부하는 아동에 대한 사연이 보도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을 끌었다.


홍콩할매귀신은 고양이와 사람이 합쳐진 일본 민담 속 괴물 '네코마타'의 변형이라는 설이 있다. 중국판 좀비인 강시를 소재로 한 홍콩 영화의 유행, 88년에 있었던 김현희 칼기 폭파 테러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지만 정확한 근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홍콩할매귀신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 유행한 빨간 마스크와 공통점을 가지기도 한다. 둘다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준족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을 때 두드린 쪽의 반대방향으로 돌아보면 힘을 못쓴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관련한 괴담은 80년대 말~90년대 초까지만 민담 수준이었으나 이후로는 인신매매 등의 범죄와 결합한 형태로 변모했다. 선의를 가지고 낯선이를 대했다가 참혹한 결과를 맞이했다는 교훈에서 할머니는 '약자'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모 포털 게시판에 지난 2004년부터 올라온 게시물 중 할머니와 인신매매를 연관지은 게시물은 총 508개에 달한다. '신종인신매매', '딸 가진 분들 꼭 읽어주세요'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이 게시물들은 대부분 "인신매매를 당할 뻔 했다"는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주로 할머니 짐을 승합차까지 들어줬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거나 건어물 노점상 할머니가 해산물 냄새를 맡아보라고 해도 절대 응하지 말 것 등을 조언하는 게시물이다. "버스 안에서 할머니가 젊은이에게 시비를 걸어 말다툼을 했다.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며 젊은이에게도 따라내릴 것을 종용했다. 하지만 알고보니 버스 뒤에 인신매매범이 탄 승합차가 따라오고 있더라"는 괴담도 있다.


이러한 할머니 인신매매 괴담은 현재까지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 등을 통해 어른 아이 가릴 것없이 전파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남 순천 연향동에서 할머니가 여고생을 유인해 승합차에 태웠다. 내가 똑똑히 봤다", "인신매매단이 장기적출을 위해 여고생 3명을 납치했다. 그중 한명은 사망하고 두명은 현재 실종상태다" 등의 괴담이 트위터에 퍼졌다.


이같은 괴담은 애매한 음모론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순천 할머니 괴담이 트위터로 전파될 당시에는 '경찰과 언론이 나서지 않는 이유는 여수엑스포와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되기도 했다. 이 괴담은 사실무근이라고 경찰은 공식 해명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서 여고생이 인신매매를 당할 뻔 했다. 백발 할머니와 거구의 남성 2명으로 구성된 인신매매단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강동구 괴담'이 트위터로 전파됐다. 하지만 서울 경찰청은 트위터로 해당 루머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운 시대. 홍콩에서 건너온 할매귀신보다 '스타렉스'까지 짐을 들어달라는 할머니가 더 무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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