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4일 경선 경쟁자였던 비박 4인과 오찬회동을 갖고 정권재창출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대통합' 행보에 이어 당내 반대 그룹과도 '화합'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당 내부에서는 비박·반박 끌어안기에, 당 외부에서는 외부 인사 영입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비박인사 4명과 만났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매일 뵙다가 며칠 만에 보니까 이산가족 재회하는 것 같다"며 친근함을 표시한 뒤 "경선도 끝났으므로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도록 네 분이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의 목적이나 경선을 치르는 모든 과정이 국민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정권재창출을 해야 우리가 약속드린 것도 다 실천하고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뤄드릴 수 있으니까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는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화답했다. 김태호 의원은 "경선 때 박 후보가 미워서 한 얘기가 아니고 실제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한 것"이라며 "경선 때 쏟아진 얘기를 박 후보가 다 끌어안고 가겠다는 표시의 자리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비박 주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기는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이어 이재오·정몽준 의원과 머지않은 시점에 만날 것이란 이야기가 캠프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가 22일 귀국했다. 그는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당내 민주화"라며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했던 정 의원도 이날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다만 이들 사이에 총선 공천과 경선 불참의 앙금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핵심인 김재원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논의 과정이 있겠지만 말씀 드린 대로 참여할 수 있으면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캠프가 돼야 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등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빠르면 26일 대선기획단을 구성하고 9월 말 매머드급 대선 캠프 출범을 위한 인재 영입 행보도 재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전날 오찬간담회에서 "가능한 한 이번 주 안에 (기획단을) 구성해 그것을 바탕으로 선대위를 발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단은 본선을 위한 인재 영입과 공약 준비 등을 담당한다. 박 후보는 "사람을 발굴하는 작업은 저의 중요한 일과"라며 "누가 맡은 일을 가장 잘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학재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이상일 의원과 조윤선 전 의원을 당 대변인에 추가 임명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