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 구속 직후 계열사 CEO 등 참석, 오후 내내 긴급 회의 개최..해외 파트너 반응 등 노심초사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직원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해외에서 동요는 없습니까. 이라크는요?" "아직은요.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회장님의 신상변화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부재로 인한 업무공백이 없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16일 오후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이날 오전 김 회장에 대한 선고 후 법원에서 돌아 온 한화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들이 회의 탁자에 둘러 앉았다.
회의 테이블에서는 김 회장이 주도해온 이라크 재건 프로젝트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라크 정부 쪽에서 혹시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뒤집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현재 추진 중인 9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시 재건 사업이 아직 본 궤도에 이르지 못한 점도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한화 측은 "아직 파트너(이라크)가 모르는 눈치라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우리가 먼저 회장 구속 사실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괜히 긁어 부스럼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털어놓았다.
김 회장의 구속 사태로 한화그룹이 일제히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국내 살림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주축으로 한 이른바 '비상경영위원회'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사업은 각 계열사별 전문경영인이 후속 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17일 한화에 따르면 전날 법원의 김 회장 법정 구속 명령 직후 각 계열사별 CEO들이 만나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한화 관계자는 "항소를 통해 2심에서 시시비비를 다시 가리겠지만 그동안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룹 계열회사 주요 CEO들의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비상경영위원회의 모습을 하루빨리 갖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선 비상경영위원회는 김동관 실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회사별 CEO들이 함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모습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산적한 경영 현안을 풀기 위해 신속하고도 신중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라원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독일 태양광업체 큐셀 인수는 홍기준 한화케미칼 대표가 김 실장을 도와 마무리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명운이 걸려 있는 태양광 사업인 만큼 큐셀 인수는 예정된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사업 성격상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을 위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진행 중인 현안만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김 회장이 주도해온 이라크 재건 프로젝트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이라크 사업 수주를 위해 김 회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이 이번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경영 활동을 어느 정도 보장받았다는 점이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이 이라크 현지에 마련해둔 야전숙소와 국내를 왕복하며 셔틀 경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 회장의 빈 자리는 태양광 부문에서의 이라크 추가 사업 수주 잠정 중단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달 김 회장이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후속 사업 협력 방향을 태양광 부문으로 정하고 이라크 총리가 즉시 재방문을 요청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현재 양국 실무진들 간의 태양광 사업 부문 협력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문제는 이라크가 김 회장의 구속 사실을 접할 경우 관련 논의가 어떻게 틀어질지 모른다는데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2, 3차 사업 발주가 수년 내 이어질 예정이지만 내부 분위기상 체계적인 준비가 어려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특히 이번 건을 빌미 삼은 경쟁사들의 견제가 심해질 경우 이라크에서의 추가 사업 수주는 더욱 어렵게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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