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이후 매각 표류···철회 가능성 높아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지난해 말 매물로 나왔던 프랑스 엔지니어링업체 GTT의 국내 인수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GTT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지난 5월 17년 만에 정권이 교체되면서 매각을 철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 차원에서 GTT 인수를 추진해 왔던 한국조선협회 고위 관계자는 14일 "아직 GTT 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이 온 것은 없다"면서도 "프랑스 정권이 바뀌어 매각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GTT 측 매각자문사인 라자드는 올 초 국내 대형 조선사 등을 찾아 인수 여부를 활발히 타진했다. 이에 따라 조선협회도 국내 대형 조선사들과 함께 BNP파리바 및 산업은행을 공동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GTT 인수를 전향적으로 검토했다. 라자드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조선사 등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 총선 및 대선이 맞물리면서 매각이 표류한 데다 정권 교체 이후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자문사인 라자드 쪽에서는 기다리라는 얘기만 하고 매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라며 "교체된 프랑스 정부의 매각 방침이 바뀌어 미국 사모투자펀드(PEF)인 헬먼앤드프리드먼가 보유한 지분 30%만 팔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GTT의 경영권 매각이 철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형 조선사 관계자도 "GTT 매각은 프랑스 정권 교체로 사실상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며 "설사 GTT 지분이 중국에 넘어간다고 해도 우려했던 만큼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TT 지분은 프랑스 국영기업인 GDF수에즈가 40%, 프랑스 정유회사 토털이 40%, 미국계 사모펀드 헬먼앤드프리드먼이 3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인수가격은 지분 100%를 기준으로 약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프랑스 측 지분을 빼고 헬먼앤드프리드먼의 지분 30%만 매물로 나올 경우 경영권프리미엄을 뺀 가격은 3억유로를 밑돌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당초 GTT 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탱크 제조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GTT가 중국에 넘어갈 경우 중국이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을 독식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GTT 지분이 30%만 팔릴 경우 경영권에 변동이 없어 국내 조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조선사들은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탱크 제조 원천기술을 보유한 GTT에 LNG선 가격의 약 5%에 달하는 특허사용료(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
GTT는 유럽 재정위기 등의 영향으로 조선경기가 악화되면서 매출 및 순이익이 급감해 매물로 나왔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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