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슬아슬 찌릿찌릿

<신의> 1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장르의 ‘총합’이란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중국 명의 화타의 일화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신의> 첫 회는 다양한 장르가 충돌한 시간이었다. 공민왕(류덕환) 일행을 습격한 무리로 인해 액션이 시작됐고, 최영(이민호)의 손에서 흘러나온 전기나 화타가 들어갔다는 천혈 등을 구현한 CG는 판타지에 충실했다. 게다가 <신의>는 <태왕사신기>식 판타지에 타임 슬립을 통해 만난 최영과 은수(김희선) 캐릭터의 충돌을 더하며 코미디까지 시도한다. “생각 같은 건 별로 안 하고” 사는 최영이 부상을 입은 노국공주(박세영)를 치료하기 위해 점을 보는 순간에도 말을 끊지 않는 은수를 짐처럼 끌고 갈 때 장르의 충돌이 만든 에너지는 극에 달한다.

이 에너지는 분명 좌충우돌하는 퓨전 사극의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신의>에 묘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지도자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다. 나약하고 백성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공민왕이 이렇게 휘몰아치는 세계 안에서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장르적인 특징들을 넘어 드라마에 무게감을 부여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냉엄한 현실에 나서기 전 최영으로부터 따끔한 예방 주사를 맞은 공민왕의 불안한 눈빛은 그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런 거대한 이야기의 큰 물줄기야말로 <신의>가 타임 슬립을 활용한 몇몇 로맨틱 코미디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첫 회는 그 무게감이 나름의 힘을 갖게 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 낯선 한자어와 중간 중간 더빙을 의심하게 한 사운드는 불친절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온갖 장르가 부딪칠 때의 에너지 조절은 나쁘지 않았다. 앞으로 이 장르들이 단지 섞이는 것을 넘어 흥미로운 화합물을 만들어 낼 신의 손길을 기다려 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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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