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품격> 마지막 회 SBS 일 밤 10시 10분
서이수(김하늘)의 “짝사랑 매뉴얼”은 도진(장동건)의 ‘초중고 졸업사진’을 손에 넣는 것으로 완료되었다. 그리고 이수와 도진의 연애는 그들이 운명의 ‘빨간 실’로 엮였던 장소에서 도진이 정성스레 준비한 낭만적 프로포즈로 결말을 맺었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이 두 장면은 <신사의 품격> 로맨스의 근본적 성격을 말해준다. 김은숙 작가의 로맨스는 늘 계급과 같은 사회적 문제, 이혼이나 질병 같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연인들의 현실적 장애물로 등장시켜왔고, 그것은 역설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운명적 사랑의 판타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오만하고 차가운 남자가 순정남으로 변화하는 김은숙표 ‘나쁜 남자’ 판타지는 그 화룡점정이 되었다. 도진은 김은숙의 역대 남주인공 가운데 가장 까칠하고 도도한 캐릭터였고, 그런 그가 짝사랑으로 연애를 시작한다는 설정은 그 판타지의 절정을 선보였다.
하지만 로맨스로서 이 작품의 가장 큰 한계는 바로 그 낭만적 사랑의 판타지와 “짝사랑 매뉴얼” 같은 연애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연애의 기술과 여성 심리에 통달한 40대 남성의 감정은 아무리 ‘처음 하는 짝사랑’임을 강조해도 첫사랑의 순정이 주는 낭만성을 대체할 수 없었고, 그가 이수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매뉴얼이 보여주듯이 여심 공략법 같은 느낌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커플들도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한 연애 지상주의자이던 세라(윤세아)는 태산(김수로)의 “사랑해. 안겨”라는 말에 그대로 달려가고, 도도한 민숙(김정난)은 정록(이종혁)의 마카레나 댄스 프로포즈에 재결합하며, 저돌적이던 메아리(윤진이)도 윤이(김민종)의 고백이 있고 나서야 그의 곁에 남는다. 남성들은 종종 “나한테 와요”라는 이수의 대사처럼 여성들의 명령에 순종하는 듯 보이지만 최종적 선택은 늘 남성의 몫이었고 여성들은 그것을 기다리는 위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로맨스의 품격과 주체는 시종 일관 ‘신사’였고, 여성들은 그들의 잘 빠진 수트 라펠의 “꽃장식”에 머물렀다. 김은숙 로맨스의 장점은 남성 못지않게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여성캐릭터들과의 팽팽한 ‘밀고 당기기’였다. 그리고 <신사의 품격>은 분명히 안타까운 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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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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