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독도 폭파' 듣고는 박근혜 꺼낸 말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도 관련 발언을 놓고 팽팽한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현정 사상 최초로 독도를 방문한 뒤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2일 경북 안동 독립운동기념관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 등 '대일 5대 역사현안에 대한 문재인의 구상'을 발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독도 폭파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196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딘 러스크 미국 국무장관에게 (한일 수교협상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섬(독도)을 폭파시켜서 없애버리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박 전 대통령을 발언을 끄집어냈다. 그러면서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불철저한 역사인식이 일본이 지속적으로 도발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경선캠프의 조윤선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외교문서에 따르면 이 발언은 일본 측에서 한 것으로 돼 있다"며 "문 후보는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와 거짓말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문 후보는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와 거짓말에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번엔 문 후보 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명백한 사실이라고 재반박했다.

문 후보 캠프 진선미 대변인은 11일 2004년 공개돼 국내 언론에도 소개된 미국 국립문서보관소 소장 '국무부 (기밀) 대화 비망록'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이 비망록은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이 한일 수교문서 서명 한 달 전인 1965년 5월 27일 딘 러스크 미 국무장관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로 최근 공개됐다.

이 비망록에는 박 전 대통령이 "수교 협상에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화나게 하는 문제(irritating problems) 가운데 하나가 독도 문제"라고 말했으며 "박 대통령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시켜 없애버리고 싶다고 말했다(President Park said he would like to bomb the island out of existence to resolve the problem)"고 기록하고 있다.

진 대변인은 "박 후보 측은 '이 발언이 일본 측에서 한 것'으로 적힌 외교 문서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이라면 명백한 사실조차도 외면하고 허위사실 유포로 몰아가는 박 후보야말로 사과해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