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금메달보다 훨씬 더 값진 동메달이다"
일본을 상대로 한 올림픽 축구 사상 첫 메달에 전국이 응원 열기로 들끓었다.
11일 새벽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광장은 일찌감치 사람들로 북적였다. 1주일의 피곤도 잊은 채 밤샘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광장 한 쪽에 세워진 대형 화면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가족 단위로 온 시민들은 여기 저기 '명당'을 찾아 돗자리나 신문을 깔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탄성이 터져나왔다. 전반 38분 박주영이 일본 수비수 4명을 제치고 멋진 슈팅을 성공시키자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펄쩍펄쩍 뛰었다.
애타게 기다리던 첫 골에 광장은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후반 11분 구자철이 추가골까지 터뜨리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서로를 부둥켜 안은 시민들은 "됐어, 이제 됐어. 동메달이야 동메달"이라고 소리 치며 승리를 예감했다.
마침내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면서 올림픽 축구 사상 첫 메달이 확정된 순간, 시민들은 밤을 샌 고단함도 잊은 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대표팀에게 박수를 보냈다.
회사원 장모(37) 씨는 "기쁘다. 너무 기쁘다. 상대가 일본이어서 더 기쁨이 큰 것 같다. 우리나라 축구가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꼭 2002년 월드컵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집에 가도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며 흥분을 삭이지 못했다.
같은 시각 서울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졌다. 집집마다 거실에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응원열기가 뜨거웠다.
직장인 김 모씨(29)는"올림픽 역사상 첫 동메달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며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했다. 그는 "브라질 전에서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던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기뻐했다.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경기가 시작되자 거실 등이 켜진 집이 전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아들과 함께 붉은 티셔츠를 입고 경기를 봤다는 김 모씨(45)는 "우리가 한 골 넣을 때마다 아파트동 전체에서 엄청난 함성이 들려왔다"며"마침 경기가 토요일에 열려 직장인들이 출근 부담없이 경기를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원의 함성은 전국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서울 광장에는 오늘 새벽 1만50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민들은 선수들과 한 마음이 돼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함께 누비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대구 두류야구장에는 8000여 명이 모여 경기장 전광판으로 나오는 경기 장면을 보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도 응원전이 펼쳐져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한일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지 채 하루도 안돼 열렸다. 일본을 상대로 한 2대 0 통쾌한 완승은 그래서 더 뜻 깊었다.
온 가족이 모여 축구를 봤다는 주부 오 모씨(45)는 "독도문제로 한일 두 나라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일본을 이기게 돼 더 의미가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너무 기쁘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천=노승환·박나영 기자 todif77@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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