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경인 아라뱃길을 따라 양쪽 둔덕에 심어진 나무 1000여 그루가 별안간 '떼죽음'을 당했다.
원인 모를 집단 고사로 아라뱃길 관리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봄 극심한 가뭄과 최근 계속된 폭염이 고사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인천 서구 검암동에서 계양구 계양대교까지 경인 아라뱃길 남쪽 도로를 따라 6㎞를 승용차로 달려봤다. 도로 양 옆에는 메타세콰이어나무를 비롯해 벚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등이 줄지어 심어져 있다.
중간중간 이미 죽어서 이파리가 모두 떨어진 나무들이 줄이어 지나갔다. 같은 종인데도 어떤 나무는 멀쩡히 잎을 틔우고 있었고 바로 옆 나무에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계양대교 아래 공원에 내려 다시 둘러봤다. 메타세콰이어란 안내 푯말이 붙은 나무 한 그루가 '뼈대'만 남은 채 서 있었다.
근처에선 조경업체에서 살수차 한 대를 세워놓고 있었다. 나무 밑둥 흙을 폭 1m 정도로 들어낸 뒤 호스로 뿌리 쪽에 직접 물을 주고 있었다. 집단 고사가 일어나면서 내린 긴급 조치였다.
건너 편 북쪽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죽은 나무들은 대부분 이파리가 없었고 있다 해도 모두 누렇게 탈색돼 있었다.
지금까지 수자원공사가 파악한 고사 나무 숫자는 대략 1000~1500그루다. 아라뱃길에 심어진 교목 5만5천 그루의 2~3% 정도다. 고사 피해는 메타세콰이어와 벚나무 등 특정 종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자원공사는 인부와 차량을 동원해 죽은 나무들의 가지나 기둥을 잘라 대부분 한 곳에 치워놓은 상태다.
현장에서 만난 공원 환경미화원 김미현(58ㆍ가명) 씨는 "사실 지난 5~6월 가뭄이 심할 때부터 나무들이 죽기 시작했다. 7월 초 비가 오면서 좀 나아지나 했는데 폭염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잎이 떨어진 나무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통상적인 피해"라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현장 관계자는 "보통 공원 같은 곳에 나무를 심어 놓으면 10%는 이런저런 이유로 고사한다. 지금까지 파악된 물량은 전체의 2~3% 수준이다. 폭염으로 인한 고사 가능성이 높아 우선 수시로 물을 주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다음 달 초까지 고사 원인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2년 간의 하자보수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다음 달 말부터 조경업체에게 새 나무를 다시 심게 하겠다는 것이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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