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폭염에 '얼음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산시장, 마트, 커피전문점 등 얼음 없이 장사하기 어려운 상인들은 얼음 구입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엔 얼음 고급화 바람까지 부는데다 가격마저 폭등해 더욱 울상이다.
6일 오후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은 휴가철과 맞물려 한 눈에 봐도 물건을 사러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활어 가게들이 시장 중앙 통로에 약 300m에 걸쳐 양쪽에 줄지어 있다. 얼음을 많이 쓰는 곳은 시장 안쪽에 자리잡은 냉장 수산물 판매 가게들이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를 파는 'ㄱ수산' 이정임씨(가명)은 "요즘 더위 때문에 얼음을 평소보다 두세배 더 많이 가져다 쓴다"며 "얼음값마저 폭등해 손해가 커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생선을 파는 상인들이 대개 사용하는 얼음은 35kg짜리 조각얼음으로 가격은 3500원정도다. 새벽 4~5시부터 저녁 7~8시까지 하루종일 일하는 상인들은 최근 폭염 때문에 평소보다 두세포대 많은 7~8포대의 얼음을 쓰고 있다. 한 마리에 2000~3000원하는 오징어를 팔면서 하루에 1만~2만원 가량 얼음값을 더 내야하는 상황이다.
바로 옆 'ㄴ수산' 오명애(가명)은 "포장할 때 사용하는 얼음도 만만찮다"며 "멀리서 오는 사람도 있어서 생선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얼음을 많이 넣어준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킹크랩을 파는 'ㄷ수산'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킹크랩을 영상 3도로 맞춘 바닷물에 산채로 보관하는데 죽은 킹크랩은 따로 얼음에 보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세와 얼음값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올해 7월 노량진 수산시장의 얼음 판매량은 약 1만3600각(1각당 135kg)으로 지난해 7월(1만3500각)과 비슷하다. 노량진수산시장 관계자는 "폭염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번 달에 얼음 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먹는 얼음을 판매하는 편의점이나 마트도 얼음을 구하느라 바쁘다. GS25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6일까지 10일간 얼음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96.9% 급증했다.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대방동 'ㄴ마트' 직원은 "더위가 시작되기 전에는 5일에 한번씩 3kg짜리 15봉지를 사왔는데 이제는 3일에 한 번씩 사러간다"며 "지난해까지는 1봉지에 1500~1700원하던 것이 최근 2000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먹는 얼음 고급화 바람에 손님들은 '브랜드' 얼음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이 직원은 "유명 식품회사와 인근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얼음가게에서 둘 다 공급받는데 가격이 세배 가량 차이가 나도 손님들이 유명식품회사 제품만 찾는다"고 덧붙였다.
아이스커피 판매가 많은 커피전문점은 아예 얼음을 자체 조달하고 있다. 서울 방배동의 T커피전문점 직원은 "제빙기 두 대를 설치해 놓고 계속 얼음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낼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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