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비알코리아가 도급업체인 서희산업 노동조합과 86일 만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3일 비알코리아는 서희산업 노조와 비알코리아 직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노사합의에 따라 서희산업 노동자들은 비알코리아 소속 전환에 준하는 수준으로 고용을 보장받고 원청과의 불합리한 차별 해소, 상호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징계 철회, 파업 참가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금지 및 노조와 협의 없는 인위적인 인력감축 금지 등의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서희산업 노조가 지난 5월 9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면서 요구했던 것은 비알코리아 본사 소속 전환이었다. 사실상 서희산업이 요구했었던 원청 소속 전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서희산업 노조의 당초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도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었던 것은 원청 소속 전환을 명분으로 한 파업은 애시당초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서희산업 측은 비알코리아가 지난 4월 17일 정규직 전환에 합의했으나 돌연 '5년 뒤 다시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보겠다'고 태도를 바꿔 파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노동계는 물론 충북지노위에서도 "쟁의행위 대상이 아닌 소속전환은 임단협 사안이 아니므로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며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본사 직원과의 차별해소를 위해 임금 14%인상, 상여 700%, 성과급 200% 등으로 원청 수준으로 상향시켜줄 것과 고용승계 보장에 대한 합의를 지난 4월 19일 임단협을 통해 이끌어냈었다"면서 "결국 서희산업의 노조파업으로 얻어낸 것은 없는 명분 없는 파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타결로 비알코리아와 서희산업 노조는 원래대로 복귀해 상생관계를 유지하게 됐지만, 이번 파업기간동안 생채기 난 비알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희산업 노조는 파업 기간 동안 생산차질을 막기 위해 대체인원을 투입해 생산한 제품을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제품이라고 해서 '짝퉁 아이스크림'이라고 주장했다. 명분은 원청 소속 전환이었지만 이를 무리하게 요구하다가 결국 자사 제품 품질에 대한 폄훼로 제 살 깎아먹기로 치달은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피해를 본 쪽은 애꿎은 가맹점주들이다. 아이스크림 성수기에 물량 공급에 허덕인 1000여개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들은 비알코리아 본사와 서희산업 노조의 싸움에 끼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게다가 이번 파업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하는 부담까지 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파국을 맞기 전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합의한 노조와 이를 포용한 하청사와 원청사의 결단도 박수 받을 일이지만 앞으로 명분없는 파업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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