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정비사업계획이 해제된 사업지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동의를 받거나 구청장 설문조사 결과 주민 30% 이상이 해제를 요구한 곳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등 총 18곳으로 구역해제로 인해 추진위원회가 사용한 비용을 지원해야하는 부담이 적은 곳이 대상이다. 올초 뉴타운 출구전략을 내놓은 이후 되레 갈등이 부각돼 해제요건을 갖춘 지역부터 확실히 거둬내겠다는게 서울시의 전략이다.
서울시는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위한 ‘201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변경안’이 지난 1일 제16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심의에서 원안가결됐다고 2일 밝혔다. 해제지는 ▲강북구 1곳(수유동 711) ▲금천구 1곳(독산동 144-45) ▲구로구 1곳(오류동 23-32) ▲관악구 4곳(신림동 1464·봉천동 1521-17·봉천동 892-28·신림동 1665-9) ▲동대문구 2곳(신설동 89·이문동 264-271) ▲서대문구 4곳(홍은동 8-1093·홍은동 10-213·홍제동 266-211·북가좌동 340-30) ▲성북구 1곳(돈암동 538-48) ▲은평구 1곳(역촌동 73-23) ▲중랑구 3곳(망우동 433-23·망우동 520-44·묵동 238-112) 등 재개발 4곳, 재건축 14곳이다. 해당 지역 모두 ▲토지등소유자 30% 이상 해제 요청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거나 해산된 지역 ▲자치구청장이 해제 요청한 지역 등의 요건을 갖췄다.
◇대안 정비모델 결정해야= 이번에 구역이 해제된 곳은 주거환경관리사업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대체된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도정법 개정 이전의 ‘주거지재생사업’으로 단독주택 및 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의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하는게 목적이다. 기존 도시구조를 유지하고 이주수요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시 이전 소규모정비사업의 일환이다.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규모가 작다보니 추진위는 생략된다. 특히 개정된 도정법에 따라 국가가 기반시설에 대한 설치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 역시 뉴타운 해제 지역을 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골목길과 마을공동체, 지역경제 활동이 보전되는 ‘마을만들기’와 ‘소규모정비사업’ 등 주거재생사업도 꼽힌다. 이 경우 공동이용시설 설치와 집수리비 융자 등 각종 지원이 이뤄진다.
하지만 해제지에 대한 지원 등은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지자체장이 정비기반시설 및 공동이용시설을 설치하고 주민이 스스로 주택을 개량한다는데 한계가 있다. 자치구들 역시 재정자립도가 악화된 상황에서 자금 출연이 쉽지 않은데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과정도 명확히 마련되지 않았다.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는 방식이다보니 주민들의 낮은 기대치도 감안해야한다. 전면철거 방식에 비해 주거환경의 개선 효과가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반면 새아파트 분양과 도시 전면 개발을 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반감을 살 가능성도 높다.
◇사업해제 줄줄이 이어지나?= 주민들간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나머지 사업장에 대한 절차도 선결과제로 꼽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추진주체가 없는 정비예정구역이나 존치정비구역 266곳 중 163개 구역을 대상으로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나섰다. 이로써 이들 지역에 대한 주민의견수렴 결과를 통해 오는 12월에서 내년 2월사이 사업 찬반 여부가 결정된다.
실태조사 대상지 163개 구역은 정비예정구역 74곳, 존치정비구역 24곳 등 시장이 시행하는 98곳과 정비구역 7곳, 정비계획 수립중인 18곳, 재정비촉진구역 22곳, 재정비촉진계획 수립중인 18곳 등 자치구청장이 시행하는 65개 구역이 포함됐다.
특히 구역해제 요청 등 민원이 있는 곳 또는 실태조사가 시급한 28곳은 ‘우선실시구역’으로 선정해 시행된다. 시장이 시행하는 우선실시구역은 자치구청장과의 협의를 거쳐 권역별 1곳씩 총 8곳이 선정됐다. 자치구청장이 실시하는 20곳은 자치구별로 1곳씩 마련됐다. 해당 시범구역은 오는 8월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9월 한달간 주민홍보에 들어간다. 이후 10~11월까지 8주간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12월에는 주민의견 수렴결과를 발표, 후속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뉴타운 해제 과정의 최대 이슈인 매몰비용 처리 문제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서울시는 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 토론회, 설문조사 등을 열고 추진위원회 사용 비용 지원 기준과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매몰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이번 정비예정구역 해제를 시작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며 “매몰비용 문제와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주거재생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점차 해소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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