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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세기의 재판', '이상한 재판'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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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결정 편파적, 증인은 잠적, 미 언론 이중 잣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세기의 재판'이라던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전이 막상 뚜껑을 열자마자 '이상한 재판'으로 전락했다. 재판 증거의 형평성 논란, 유력 증인의 묘한 행적, 미국 언론의 애플 지원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균형감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루시 고 담당 판사의 친애플 성향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증거 선정부터 논란을 낳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열린 2차 심리에서 각각 재판부에 결정적인 증거 공개를 요청했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전후 삼성전자의 휴대폰 디자인이 달라졌다는 것, 삼성전자는 아이폰 출시 전에 이미 디자인이 유사한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길 원했다. 같은 요청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애플은 증거를 공개할 수 있었지만 삼성전자의 요청은 기각당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언론에 증거 사진을 공개하자 루시 고 판사는 "공개한 사진과 내용을 누가 작성했는지, 법무팀에서는 누가 승인했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루시 고 판사가 친애플 성향을 드러낸 것은 지난 6월부터다. 그는 지난해부터 줄곧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 제품 판매 금지 요청을 기각했지만 항소법원이 6월 재심을 명령한 이후 애플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유력 증인의 행적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근거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인인 니시보리 신 전 애플 디자이너가 잠적했기 때문이다.


니시보리는 애플 디자인 책임자인 조너선 아이브의 지시로 "아이폰 디자인을 소니에서 모방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본안 소송 한 달 전 그를 증인으로 신청하자 10년 가까이 근무하던 애플을 갑자기 퇴사했다. 게다가 소송 하루 전에는 법원에 서한을 보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지난해부터 니시보리와 삼성전자의 접촉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의 디자인을 차용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올 경우 소송에서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이지만 그가 출석하지 않는다면 결정적인 증언을 들을 방법은 없다.


미국 언론의 이중 잣대도 논란을 낳는다.


소송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애플이 증거로 제시하려는 사내 이메일을 삭제해 결정적인 증거를 감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오래 전부터 사내 이메일을 2주마다 삭제하고 있다는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포천은 애플이 삼성전자 때문에 입은 손해가 25억2500만달러에 달한다는 내용을 전했다. 본안소송 시작을 앞두고 현지 언론이 애플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최근 미국에서 보호 무역주의 바람이 불면서 미국 기업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현지 언론들이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애플의 안방에서 소송을 치르는 만큼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불이익은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초반 판사의 편파적인 태도와 핵심 증인의 돌연 잠적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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