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국내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핵심리스크로 새롭게 떠올랐다.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제2차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5대 핵심 리스크는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시장 침체, 중국경제 경착륙, 미국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나타났다.
'시스템적 리스크'는 금융시스템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장애로 금융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제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
이 가운데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를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은 응답 비중이 91.9%(복수응답 기준)로 가장 높았으며 가계부채 문제 심화가 89.2%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 73.0%, 중국경제 경착륙 64.9%, 미국 경기회복 지연 37.8%의 순이었다.
특히 올 1월의 조사와 비교해 보면 이번 조사에서는 정치ㆍ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 5대 리스크에서 제외되고 부동산시장 침체 및 미국 경기회복 지연이 새로 포함됐다.
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또 한은은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 제외된 것은 외환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기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는 단기 리스크로, 가계부채 문제 및 미국 경기회복 지연은 중ㆍ단기 리스크로, 부동산시장 침체, 중국경제 경착륙은 중기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었다.
단기 리스크는 현재부터 1년 이내까지, 중·단기 리스크는 3년 이내까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중기 리스크는 현재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최소 1년부터 최대 3년 후에는 문제가 작용할 소지가 있는 사안을 말한다.
특히 이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시장 침체는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발생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는 발생 확률이 높지만 영향력은 중간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 기관별로 보면 은행 및 비은행은 5대 리스크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고 금융시장 참가자는 유럽 국가채무위기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다. 또 은행의 경우 중소기업 부실위험을, 비은행의 경우 정치ㆍ지정학적 위험을 5대 리스크에 포함시켰다.
금융기관이 대응하기 어려운 리스크로 은행 및 금융시장 응답자들은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 중국경제 경착륙, 가계부채 문제 순으로 응답했다. 반면 비은행 응답자들은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시장 침체, 유럽 국가채무위기 심화 등을 꼽았다.
한은은 "취약계층의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비은행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를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반면, 은행은 신용도가 양호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취급함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를 비은행권 보다는 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스템적 리스크 서베이는 올해 1월 처음 실시됐으며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 조사의 대상자는 총 63개 금융기관의 금융기관 경영전략 및 리스크 담당 부서장,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 74명으로 구성됐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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