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아시아 회장이 르노삼성차 공장을 찾은 이유는?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아시아판 포르쉐를 만들기 위해 전세계에 OEM공장을 찾고 있다. 르노삼성은 잠재적인 파트너 중 하나다."
31일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찾는다. 외국계 항공사 오너가 한국의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다소 이색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30일 기자와 만나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우리(에어아시아)는 기회를 보고 있다"며 "(르노삼성에) 자동차 비즈니스를 배우기 위해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르노그룹에서 캐터햄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며 "엔진 제작공정도 살피고 향후 펼칠 자동차 사업에 대한 진단을 위해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캐터햄은 토니 회장이 소유한 F1팀이자 소규모 자동차 제작공장이기도 하다. 토니 회장은 이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스포츠카 생산을 꿈꾸고 있다.
그는 "아시아의 GDP는 계속 올라가지만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스포츠카는 멕라렌과 페라리 두 가지 밖에 없다"며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고성능 스포츠카를 생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스포츠카 생산이 가능한 OEM공장을 전세계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르노삼성도 잠재적인 파트너"라고 정의했다.
토니 회장은 말레이시아계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아시아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부채 160억원 항공기 2대 뿐인 회사를 인수해 현재 104대 항공기를 80개국 146개 노선에 띄우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가격정책이다. 그는 '누구나 하늘을 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 아래 최저 가격으로 승객을 모셨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와는 달리 에어아시아는 항공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기내서비스는 추가요금을 받는 가격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다른 항공사보다 항공료가 최대 80%까지 낮다.
토니 회장은 "에어아시아가 있기 전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높은 가격에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며 "지금은 모두가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누구나 스포츠카를 탈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포르쉐, 멕라렌이 키워 놓은 SUV시장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격이 싸다고 품질까지 낮다는 건 맞지 않는 말"이라며 "여러가지 상품을 파는 신세계가 아니라, 한 가지 상품을 유통경로를 줄여 빠르게 들여놓는 유니클로와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아시아판 포르쉐의 등장이다. 스포츠카와 SUV 두 차종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석권해보겠다는 게 그의 1차 목표인 셈이다.
"사람들은 리버풀, 아스날, 맨유 등을 인수하지 않고 왜 QPR(퀸즈레인저스파크)를 인수했냐고 묻는다. 리버풀 등 대형 클럽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미 너무 잘하고 있다. QPR은 정말 작은 클럽이다. 박지성 선수 개인 한 명이 팀을 알릴 정도다. 나는 앞으로 이 클럽을 최고의 팀으로 만들 것이다. 작고 보잘 것 없던 것을 크게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그는 이같이 말하며 "캐터햄은 매우 작은 자동차 회사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 기아차를 찾지 않고 르노삼성을 찾은 것에 대해 "사실 현대차에 아는 사람이 없다"며 "혹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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