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브리핑]
다섯 줄 요약
전반부는 인간 안철수가 살아온 길을 훑어보는 ‘무릎 팍 도사’, 후반부는 대선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훈토론”이었다. 안철수 원장은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소설보다 더 참혹”한 현실을 목격한 학창시절부터 “아픔을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공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청춘콘서트까지 자신이 직접 눈과 귀로 터득한 세상을 이야기했다. 대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제시한 후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말로 입장을 정리했다.
Best or Worst
Best: <힐링캠프>의 ‘무한도전’이었다. 이경규의 직설화법 “대선, 나갑니까?”가 통하지 않으면 김제동이 “출마 여부를 떠나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 것 같습니까?”라며 우회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그럼에도 여전히 속 시원한 대답이 안 나온다 싶으면 “5개월 후에 뭐하실 겁니까?”라는 정공법으로 맞섰다. 물론 ‘무모한 도전’이었다. 공식 기자회견도, 토론 프로그램도 아닌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기 때문이다. 대신 안철수 원장은 세 MC들의 협공만큼이나 집요하고 끈질기게, 그러면서도 차분한 어투로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피력했다. 지난 10개월 간 자신에게 쏟아지는 지지율이 어떤 의미인지, 그래서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내가 그것을 충족시킬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에 대한 안철수 원장의 고민은 “거의 국정운영 플랜” 수준으로 꼼꼼했고, 그의 냉철한 분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건드렸다. 모두가 자살예방과 출산장려만을 외치고 있을 때 안철수 원장은 “자살률은 현재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가, 출산율은 내 아이가 잘 클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사람들의 고통과 불안을 먼저 들여다봤고, “보수와 진보 이전에 상식과 비상식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현재 우리나라의 이념문제에 대한 논란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 <힐링캠프>의 섭외 목적은 ‘그래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하는 게 맞냐’를 묻기 위해서였을지 몰라도, 결과는 ‘도대체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안철수 원장이 어떤 사람이냐’를 보여줬다.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그의 마지막 말이 당장의 결정을 회피하기 위한 상투적인 대답처럼 들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동료들과 수다 키워드
-왠지 어디선가 다룰 것 같은 기사: <힐링캠프> 출연한 박근혜 vs 안철수, 시청률과 지지율의 상관관계는?
-오늘의 리빙 포인트: 날씨 좋을 때 목욕탕 가면 아무도 없다.
-어떤 날카로운 질문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게스트, 이경규 씨가 한 번도 욱하지 않은 게 신기합니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