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팔걷고 나설 만큼 '위기탈출' 시간이 모자란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김봉수 기자, 진희정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내수활성화를 위한 첫 카드로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를 빼들었다. 은퇴자 등 자산은 있는데 월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예외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려 주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가계 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뇌사 상태에 빠진 주택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내수 사망? 얼마나 죽었기에 정부 끝장토론까지 벌이나=이명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내수 활성화에 올인하겠다고 나섰다.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 유지를 위해선 내수 활성화가 마지막 보루라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하반기 추가 경정 예산 편성 여부 등 경제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정부 경제 부처 장관, 민간 단체ㆍ전문가들을 청와대로 불러 경제 참모들과 함께 '민관합동 토론회'를 개최해 내수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골프장 개별 소비세 인하, 외국인 카지노 사전 심사제 조기 도입 등 굵직한 사안을 비롯해 휴가 사용 촉진ㆍ회식 늘리기 등 소소한 내용까지 망라된 '내수 활성화 종합 선물세트'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날 9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비판하고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등 남은 임기 동안 내수활성화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내수 올인'은 향후 예측되는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김대기 청와대 경제 수석은 "세계 경제 침체의 영향이 본격화돼 수출이 감소하면서 국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수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사전에 내수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논의했다. 민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23일 이날 토론에서 나온 내용을 기재부 차관 주재 관계 부처 회의를 통해 후속 조치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적극 뒷받침에 나섰다. 세제 지원 관련 사항은 8월 초 세제 개편 방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내수 올인 방침이 향후 정부의 추경 편성 등 경제 운용 기조에 변화를 가져다 줄 지 주목된다. 정부는 최근까지만 해도 여야 정치권의 추경 편성 요구에 "관련 법상 요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DTI 만능? 금기 보따리 조금씩 푸는 모험, 실효성 딜레마=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 보루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했다.
DTI(Debt To Income)는 빚을 갚는 데 쓰이는 금액을 총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로 집을 사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현재 서울 50%, 인천·경기 6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5000만원의 소득자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부담을 2500만원까지 할 수 있도록 대출이 제한되는 셈이다.
그동안 주택정책 당국이나 시장에선 부동산 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DTI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해 왔다.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실종상태에 빠져 있어서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9147건으로 지난해의 60%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거래가 줄어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상반기 3285건에 그치며 작년보다 40% 줄었다.
대통령 주재 집중토론회에서 자산이 많지만 월 소득은 적은 경우나 은퇴자 등에 한해 DTI를 완화 또는 제외해주도록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은 주택 거래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수요자들의 매매는 이뤄질 수 있도록 매수자에게 자금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다. 주택산업의 연관 업종인 이사업, 인테리어업, 전자제품업 등 내수시장의 동반 침체에 변화를 주자는 의도도 있다. 지자체들 역시 거래급감으로 세수가 줄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금융당국의 완강한 반대에도 DTI를 손대기로 한 것은 시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1000조원 수준인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다시 풀어주면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해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일부 DTI 규제 완화만으로는 거래활성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금은 실수요자들도 구매를 꺼리고 있어 금리를 인하해도 가격이 내려가는 모습이어서 의도대로 거래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TI를 일부 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국회차원에서 주택기금 지원액을 늘려주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에서는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
김봉수 기자 bskim@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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