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진희정 기자]정부가 부동산 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마지막 보루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했다.
DTI(Debt To Income)는 빚을 갚는 데 쓰이는 금액을 총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대출로 집을 사서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6년 도입됐다. 현재 서울 50%, 인천·경기 60%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서울에 사는 5000만원의 소득자라면 연간 원리금 상환부담을 2500만원까지 할 수 있도록 대출이 제한되는 셈이다.
그동안 주택정책 당국이나 시장에선 부동산 시장 거래 정상화를 위해 DTI 폐지 또는 완화를 주장해 왔다.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장기간 실종상태에 빠져 있어서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9147건으로 지난해의 60%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거래가 줄어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더욱 심하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는 상반기 3285건에 그치며 작년보다 40% 줄었다.
대통령 주재 집중토론회에서 자산이 많지만 월 소득은 적은 경우나 은퇴자 등에 한해 DTI를 완화 또는 제외해주도록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은 주택 거래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수요자들의 매매는 이뤄질 수 있도록 매수자에게 자금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다. 주택산업의 연관 업종인 이사업, 인테리어업, 전자제품업 등 내수시장의 동반 침체에 변화를 주자는 의도도 있다. 지자체들 역시 거래급감으로 세수가 줄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금융당국의 완강한 반대에도 DTI를 손대기로 한 것은 시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1000조원 수준인 가계부채 규모의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다시 풀어주면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해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일부 DTI 규제 완화만으로는 거래활성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금은 실수요자들도 구매를 꺼리고 있어 금리를 인하해도 가격이 내려가는 모습이어서 의도대로 거래를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히려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주택자나 실수요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TI를 일부 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나 국회차원에서 주택기금 지원액을 늘려주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등에서는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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