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 이사장 등 이사회 “오 이사장에게 전권 위임”, 학교본부 “서 총장이 자율로 결정” 상반된 해석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계약해지안 처리가 미뤄진 것을 두고 이사회와 학교측이 다른 해석을 내놔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카이스트 임시 이사회 뒤 오명 이사장은 “서 총장이 해임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이사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해결 방안을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모두 4건. ‘지난 임시이사회 회의록 보고’, ‘서 총장 계약해지안’, ‘신임 총장 선임 개시안’, ‘총장후보선임위원회 위원 선임안’ 등이다. 서 총장 계약해지안이 논의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럽게 2~4번 안건은 폐기됐다.
오 이사장이 ‘이사회 임시 대변인’으로 지목한 곽재원 이사도 “서남표 총장이 신상발언을 통해 ‘오 이사장에게 학교의 수습방안을 일임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곽 이사는 “이사회 시작 전 6시 20분부터 서남표 총장과 오명 이사장이 만나서 협의한 뒤 들어왔다”며 “협의 내용을 이사회 시작 직후 발표했고, 나머지 이사들은 구두로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곽 이사는 또 “학내 상황에 대한 수습방안이 결정되면 다음 이사회를 소집할 것이다”며 “이러한 내용은 서 총장이 남은 임기 2년을 채우지 않는 것(조기 퇴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이날 이사들은 총장의 해임으로 학교 명성에 금이간다는 걱정을 하면서도 “총장의 거취를 포함해 전권을 오명 이사장에게 일임한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었다.
학교측은 이사회의 결과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다.
학교본부측 이성희 변호사는 회의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늘 새벽 서 총장·오 이사장 회동에 배석해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라고 밝히며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사퇴를 전제로 합의’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며, 먼저 특허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가 선행된 다음에, 서 총장이 자신의 거취 등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오 이사장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퇴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학교본부는 이사회 뒤 발표한 자료에서도 ▲총장의 거취는 총장 자율에 맡기기로 하며 향후 후임 총장을 함께 선임한다 ▲KAIST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현재 학내 혼란과 갈등을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한다 ▲특허명의 도용사건과 명예훼손 사건에 함께 적극 협조하며 발전적인 학내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등을 서 총장과 오 이사장이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사회 뒤 경종민 교수협의회장과 강성호 교수평의회장을 만난 오 이사장은 “너무 길지 않은 시한 내에 (서 총장이) 사퇴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확실히 일을 처리했다”라고 말했다고 경 회장이 전했다.
서 총장 거취를 ‘오 이사장에게 일임하기로 했다’는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며 이를 둘러싼 진통은 오랜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