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연평 어민들이 울상이다.
지난 봄 연평 꽃게잡이는 유례없는 '풍년'이었다. 그물에는 바닷물 머금은 꽃게들이 가득가득 찼다. 연평 어민들의 한 숨을 쉬는 이유가 뭘까.
농림수산식품부 집계 결과 봄 어기인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연평 꽃게어장의 어획량은 1016t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물량이다. 지난해 봄 어기 어획량 211t과 견줘보면 다섯 배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물렁꽃게'가 문제였다. 꽉 차 있어야 할 꽃게 속이 텅 비어있는 것이다. 크기도 작아 시장에 내다팔 만한 꽃게가 많지 않다. 시장에서 꽃게 값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예년 이 맘 때 같으면 1kg에 2~3만원 씩 하던 꽃게가 지금은 1만원 대에 팔리고 있다. 꽃게 품질이 떨어지면서 얼마 전 한 위판장에선 경매사들이 경매를 포기한 일도 있었다.
가격폭락은 어민들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봄 어기 어획량은 5배 가량 늘었지만 꽃게 매출액은 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 29억7000여만원에서 2배 남짓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평도에서 20년 넘게 꽃게잡이를 해 온 어민 강모 씨(54)는 "팔 만한 꽃게보다 갖다 버리는 꽃게가 더 많은 것 같다. 사상 최대 어획량이라는데 사실 좋을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물렁꽃게'가 크게 늘어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평도를 관할하는 옹진군은 지난 봄 극심한 가뭄으로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 들어갔어야 할 갖가지 유기물질들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꽃게 생육이 나빠졌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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