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두 아이두> 마지막 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지안(김선아)은 발목이를 낳고 꾼 꿈 속 에서야 비로소 천천히, 맨발로 걸었다. 늘 전쟁 같은 삶의 길을 하이힐을 신고 뛰어야만 했던 지안에게 있어서 그 길은 “마음 가는 곳” 그래서 가장 좋은 길이었다. 지안은 마지막까지 태강(이장우)의 창업 제안에 혹하기 보다는, 쉬면서도 구두 생각을 하고 그래서 자신이 마무리 지을 일이 남아있는 회사로 돌아가 사장이 되는 여성이었다. 그리고 출산 때 진통으로 아파하면서도 태강에게 자신과 발목이를 먹여 살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을 것”을 주문하는, ‘인간 황지안’이었다. 이 드라마에 미덕이 있다면, 지안이라는 여성 캐릭터의 존재 자체다. 지안은 태강과의 만남과 임신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변화했지만 원래의 지안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두 아이두>는 늘 지안보다 한발자국 씩 늦게 갔다. 발목이를 낳기로 한 것은 스스로의 삶에 대해 고민해서 결정한 인간 황지안의 선택이었지만, 드라마는 끝까지 엄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가치 있는 선택으로 포장했다. 나리(임수향)가 사장 자리에 지안을 추천하면서 “이 회사의 엄마가 되어”달라고 부탁한 것은 이런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지안이 처한 상황을 비꼬며 “차라리 결혼을 하지 그래?”라는 세상의 말 앞에서 지안은 정면 돌파로 맞섰지만, <아이두 아이두>는 “예측한 대로 되지 않는 삶에서 받은 선물”로 출산을 축복하고 미래를 낙관했다. 지안과 태강의 관계에 있어서나 미혼모의 현실, 사회생활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지안이 인식하는 만큼의 현실 감각이 있었다면, 이 드라마의 결말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지안이 꾼 꿈속의 길은 가장 좋은 길이 아니라 꿈속에만 있는 길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진짜 교훈은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지안이 인사 평가를 받으면서 했던 말이다. “피임을 잘 하자. 한 번의 실수가 일생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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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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